좋소랩소디

정신과 시간의 방 "회의실"

moonstyle 2022. 6. 28. 11:59
반응형
모든 것은 너의 짐이고, 너의 탓이다

 

 

회사 업무의 핵심이자 상징과 같은 회의를 우리도 해보자는 것이 근본적인 취지이다. 영화처럼 그럴듯하게 아이디어가 샘솟는 브레인스토밍을 원하지만 현실은 코스프레이며 생산성이 전무한 '답정너'의 반복이다. 사장도 회의가 뭔지 모르고 신세한탄에 화풀이하고 싶거나, 상석에서 한마디 하고 싶은 즉흥적인 마음에 불러 모으는 경우가 많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 회의 성격

1. 일장 연설, 자랑
2. 명령, 통보
3. 떠넘기기
4. 인민재판

 

또 북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북한의 선거는 투표율 99%, 찬성 100%로 알려져 있다. 실질적으로는 선거를 빙자한 호구조사와 충성심 테스트, 세뇌교육 시간이다.

 

 

 

 

회의의 색채도 이와 비슷하다. 일단 다 모여서 느슨해진 소속감을 쟁취하고, 책임감을 부여하고, 정신교육을 하기 위한 요식행위라 볼 수 있다.

 

굳이 좋소가 아니더라도 상명하복이 고착화된 조직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인데, 그래도 어느 정도 구성과 체계를 갖춘 규모 있는 회사의 방식과 달리, 좋소기업의 특이점은 의미 없는 말의 반복으로 시간을 다 빼앗아가며 정신 고문을 한다는 것이다. 

 

다 모여 봐
커피 한 잔씩 하자

 

* 원하는 답

1. 제가 그것까지 하겠습니다.
2. 줄이겠습니다.
3. 더 하겠습니다.
4. 네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는 주된 이유는 위의 답이 나올 때까지 빙빙 돌리기 때문이다. 회의는 돈 들어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백원이라도 안 쓸 궁리만 하는 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온 답에 맞추는 과정이며, 독단적 결정을 통보만 하자니 좀 그렇고 해서 나름 의견 도출 과정을 거쳤다고 면죄부를 받기 위한 것이다.

 

 

 

일단 말을 꺼낼 때부터 직원들은 직감하는데, 모두가 우물쭈물하고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면 회사가 어려운데 다들 이기적이라고 윽박을 지른다. 그렇게 한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보면 얼마 전 바뀐 법인차가 보인다.

 

 

 

* 회의 시간

1. 업무 시작 전 일찍 출근해서
2. 점심시간
3. 퇴근시간

 

사장 스스로도 회의 성격이 실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직원들 조금이라도 쉬는 꼴 못 보고 이렇게 졸렬한 방식으로 시간을 정한다. 하염없는 고문에, 시계를 쳐다보며 속으로는 다들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정신과 시간의 방

 

 

회의가 끝나가나 싶을 때쯤, 갑자기 순진하고 눈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 생각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