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미의 낙수효과
세계 대부분의 산업구조는 피라미드이며 한 기업이 모든 파트를 다 생산할 수 없으므로 구매라는 이름으로 하청의 재하청의 재재하청을 거친다. 문제는 불법 재하도급이며, 중간에서 떼먹기만 하고 품질은 저하되어 최종 고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대기업은 비용 압박에 단가를 인하하려 하면서도 품질경영을 내세워 하청을 쥐어짠다. 사장이 재하청을 대하며 하는 말이 항상 "대기업도 이렇게 한다" 였고, 더 심한 군대식 내리갈굼을 시전한다. '좋소기업'의 탄생은 대기업의 낙수효과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모순적 구조와 악순환
원청에게 하청은 납품을 대가로 지배를 받고, 매출이 예속되어 있어 불합리성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진다.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책임과 의무를 전가하기 위한 목적에 가깝다.
관료주의가 정착된 대기업은 각 부서가 다른 경쟁 회사라고 생각될 정도로 하청에 대한 요구치가 상극이자 모순덩어리인데, 구매는 최저가, 자재는 납기단축, 품질은 최고수준을 요구하므로 항상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최저가로는 단납기도 고품질도 절대 나올 수가 없는데, 언제나 이 갭을 메꾸는 방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노동력 착취 밖에 없다.
공무원처럼 사고 안치면서 철밥통 안고 오래 다니려는 사람이 많으므로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각 부서는 서로 미루다가 결국 하청 불러서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고객에게 클레임을 받으면 대기업의 그 많은 인원이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내용을 그대로 하청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그럼 하청은 또 재하청을 불러서 시키거나, 불량을 빌미로 결제대금을 미루고 절삭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체리피커들의 폰지사기
대기업의 화려한 포트폴리오는 2차 3차 4차 연쇄 재하청의 피눈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못 건드니까, 하청만큼 만만한 대상이 없으며 하청업체 도면을 가져다가 다른 업체에 쥐어주며 공급단가를 내리는 악랄한 방식도 서슴지 않게 된다.
위험과 난관은 다 떠넘기고 커미션만 챙기려는 체리피커들로 인해 비용, 노동자의 권리, 품질 등 모든 것을 놓치는 비효율을 반복하게 되는 구조적 모순은 전 세계적인 과제이다. 봉건시대 농노제는 오늘날 하청이라는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불법 하도급 색출에 대한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고, 감시망도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을 놔둔 채 시행하는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유명무실하다고 본다.
폰지사기의 특징이 피라미드 밑에 있는 사람의 재산을 갈취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불법 연쇄 재하청은 희생양을 양산하는 다단계 폰지사기에 비견될 수 있으며, 이대로 국가적인 개선 의지 없이 방치한다면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 참사와 같은 형태로 결국 나중에 폭발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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