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포로 이뤄진 유기체다. 원래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일 수도 있었지만, 유해하거나 쓸모없는 세포들이 많아질수록 '좋소기업'이라는 정체성이 확립된다.
물을 흐리는 세포를 하루빨리 도려내야 하는데 이를 방치할 수록 유익한 세포들은 다 빠져나가고 회사는 썩은 물로 가득 차게 되며, 이는 사장의 경영방식에 의한 영향이 절대적이고, 그가 자초한 일이다.
역삼각형 구조
회사의 성과를 추수할 때쯤이면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수익을 다 가져가고 남은 찌꺼기를 쥐어짜서 운영한다. 출근도 안 하는 백두혈통 가족들이 주요 직책을 꿰차고 고임금을 받아 가는 것은 흔한 일이고, 작은 회사의 생존은 영업이 전부이므로 사업을 영위하는데 기여한 영업 임원들이 수익이 생기는 족족 뜯어가기도 한다.
이런 조직은 윗자리에서 큰소리 치는 사람만 많고 실무자가 별로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잡다한 일부터 중간관리자 역할까지 모든 일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챙기는 한 사람이 갑자기 빠지면 "올 스톱" 된다. 누가 뭘 해도 회사는 영업이 핵심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꾸면 그만인 실무자의 공로를 그다지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없으므로 취업사이트에 1년 내내 구인 공고가 올라와있다.
망해가는 회사 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 구조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2050년쯤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데, 도입 초기에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미래의 돈을 마구 끌어다 쓴 결과라 볼 수 있다.
실질 총생산을 담당하는 젊은층이 갈수록 줄어들면, 이들 또한 가중되는 부담과 상실감으로 노년층을 더 이상 부양하려 하지 않고 마치 좋소기업을 그만두는 것처럼 차라리 파이어족을 택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일할 의지 없이 정체된 나라가 많은 중남미처럼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독재 체제에서 발전이 어려운 이유
국가 발전에 아무리 큰 도움이 되어도, 본인의 권력에 미세하게라도 영향을 준다면 독재자들은 과감히 토사구팽 해버린다. 그래서 보통 권력이 확고할수록 주변에는 충성심은 높지만 무능한 인물들만 남게 된다.
이처럼 좋소기업의 절대 권력자인 사장 또한 유능한 직원을 싫어하게 되어있다. 똑똑하고 알아서 일 잘하고, 많이 하는데 연봉을 적게 받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므로, 종국에는 돈 적게 받으며 시키는 일만 넙죽 해내는 머슴들만 남아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사장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외에는 실무에서 로봇처럼 생각이라는 것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AI도 고찰하고 응용을 하는 딥마인딩 세상에 오로지 주인이 입력한 공식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같은 사람들과 대화를 한들 무의미하고, 사장의 꼭두각시로 뇌가 고정된 바보가 되기 싫어서 떠나게 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 회사가 도태되어야 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면서도 어떻게든 굴러가서, 이직을 해도 또 이런 회사에 가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압박과 길들이기
딱 그만두지 않을 만큼만 월급 주고 일을 시킨다는 좋소기업이지만, 선을 넘기 시작하다가 임계점이 오면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속 선을 넘는다는 것은 얼마만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사장이 '너 없어도 되겠다'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장 없으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사장도 적당히 타협하려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의 의미는 '충직한 바보'로 길들여지라는 뜻이므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준비가 된다면 헤어질 결심을 하는 분수령이 된다.
프로는 돈이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금융치료'이며, 프로의 가치 책정 기준은 오로지 돈이다. 멍청이가 되고 더럽고 힘들어도 돈으로 만족스러운 보상을 해주는데 무슨 문제인가. 다만 그런 회사는 없고, 돈을 원하는 만큼 준다면 더 이상 좋소기업이 아닌 것이 근원적인 패러독스일 뿐이다.
문제의 기업들은 일반적인 사회 현상을 투영 또는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사회가 개개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시스템 자체가 조잡하고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일하는 사람보다 가져가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중남미 산유국의 국민들처럼 보물을 놔두고도 쓰레기장을 뒤지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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