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랩소디

좋소유치원

moonstyle 2022. 6. 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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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생활 중에 느낀 바, 열에 아홉 정도의 사람들은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매우 유치하다는 것이었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나, 회사 짬밥이 10년 된 사람이나, "설마 이런 걸로?" 할 때마다 진짜 그랬고, 나는 후배에게 회사를 OO유치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고자질

선생님 쟤가 그랬대요

 

 

평소에는 세상 다 산 도인처럼 나이로 거들먹거리면서, 정작 사장 앞에서는 서로의 치부를 일러바친다. 중요한 건 사장이 그걸 은근 유도하며 좋아한다는 것이고, 어린이들은 서로의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것을 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오가작통법, 북한에는 5호담당제로 주민들끼리 일러바치게 만들며 내밀한 집안 사정도 감시 및 통제하고 사회를 경직시켜 불만을 잠식시키고 궁극적으로 반란을 예방한다. 아무도 서로를 밀고하지 않으면 다들 살기 좋을 텐데, 사람 사이에는 경쟁과 시기, 질투, 열등감이 있고 누군가는 달콤한 미끼에 흔들리게 되어있다.

 

 

 

정작 본인도 쓰다 버려질 신세인 것을,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을 운명인 것을 그 순간에는 욕심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그렇게 할수록 비루해지지만 다들 똑같이 살아온 방식이고, 괜히 손해 보는 것 같고, 주변 사람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앞서 나가고 싶은 것은 본능적인 사고니까 어쩔 수가 없다.

 

짬밥이 많은데 자기 자리를 늦게 온 나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는 바보가 끊임없이 태클을 걸고 사장에게 뒷담화를 해댔다. 돈이라도 많이 받으면 모르겠는데, 이딴 막장굴 같은 곳에서 유치한 정치질에 참여하자니 나 자신까지 너무 하찮아 보여서 멋대로 해보라고 놔두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그만뒀다. 막장에서 똥물 안 묻히고 살아남는 법은 그냥 나오는 것이다.

 

 

 

 

 

감시체계

직원들 감시할 일 있나, 카메라를 저쪽으로 해야지

 

 

방범 카메라 설치 중 사장의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한참 웃었다. 평소 CCTV 관람을 취미로 삼는 인간의 속에서 나온 반어법적 진심이었으니까. 그는 CCTV를 실시간으로 보다가 농땡이 피울 것 같은 직원이 왜 저쪽으로 가냐고 수없이 여러 사람에게 전화한 전력이 있다.

 

CCTV, 이간질, 밀고


이 세가지만 있으면 365일 24시간 회사에 없어도 모든 사람이 손바닥 안에 있다. 직장생활이 원래 구성원 사이의 조율이며, 눈이 많고 행동을 조심해야하는 것이 순리다. 다만,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감정의 내면 코어까지 건들며 가스라이팅 수준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아예 정신까지 종속된 노예 취급하는 것이다.

 

 

 

 

감시받는 사람도, 그 전화를 받는 사람도 엄청난 스트레스지만, 일단 먹고살려면 다 견뎌야 한다. 학창시절 공부 좀 열심히 했으면 사회 밑바닥까지 떨어져서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 체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모든 것이 자유경쟁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러나 계층은 존재해도 사람 취급은 받아야 한다. 역사상 수많은 인류의 희생 끝에 얻은 오늘날의 천부 인권은 구성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정의다. 직종과 사회적 위치를 불문하고 내가 최소한의 인간 대접은 받고 있는가를 곱씹어봐야 하며, 싸우거나, 떠나거나, 그냥 똥통에 같이 섞여 노예로 살건가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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