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고용보장과 높은 임금, 워라벨을 꿈꾸지만, 그런 케이스는 거의 없는 중소기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90%에 달한다. 다들 각자가 경험한 곳이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막장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체험했다고 자부한다. 사장의 치졸함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 왜 이 회사가 수년 내지 수십 년째 소기업에 머무는지 깨닫게 된다.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중소기업이 죽는다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몇몇 "좋소기업"의 악랄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웹드라마 "좋좋소"의 정승네트워크는 정말 좋은 회사일 수도 있을 정도로 원래 사회구조가 이런 것이며, 아래는 몇 가지 사례이다.
대표 자리에 부인
1. 개인 신용 문제나 범죄경력
2. 탈세
3. 편법 (O인 미만 사업장 혜택 등)
4. 문제가 생겼을 때 빠져나가기 위한 보험
이 네가지가 아니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남을 바지로 두자니 돈도 아깝고 믿지 못하겠고, 치부가 드러나도 합심되는 부인이나 가족을 앉히는 것이다. 4번의 경우같이 귀찮은 일이 생기면 사장은 마누라 뒤로 숨어버리고, 마누라는 경영을 잘 모르고 실무자들이 했다고 둘러대는 식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한, 위법적인 문제가 생겨도 사법기관에서는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소기업의 내부 사정에 대해 굳이 심도 있게 파헤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커리어에 별 도움이 안 됨) 관심도 없으며 대충 그런가 보다 하면서 매뉴얼식으로 종결한다.
호구 잡아오기
제조업을 하다보면 파트별로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생기는데, 일 욕심이 있는 직원이나 팀을 꾸린 소사장, 또는 작은 업체를 꼬드겨 회사에서 일감을 꾸준히 줄 테니 사람과 장비를 가지고 우리 공장에 들어와서 하라고 한다. 왔다 갔다 하는 물류비도 아끼고, 작은 업체에게 가장 중요한 일감을 꾸준히 준다니 미끼를 물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들어온 순간부터 일단 게임은 끝난다.
1. 단가 후려치기
원청에서 받아온 단가를 속이거나 얼렁뚱땅 넘겨서 이윤을 못 남기게 한다. 제작중인 제품과 장비가 볼모로 잡혀있어서 올려달라고 해도 씨알도 안 먹히며, 그렇다고 가동 중단해버리면 원청 납기지연으로 손해배상도 해야 되고 골치 아파진다.
2. 비용 전가
매입 결제해줄 시기가 되면 공장 사용비와 영업비 명목으로 뻥튀기해서 일단 가져가고, 높은 품질과 빠듯한 납기를 정해놓고 온갖 구실을 갖다붙여 비용을 전가한다.
호구는 장밋빛 희망으로 들어왔지만 적자와 부채만 쌓여가고 얼마 못 가 포기하게 되는데, 이때 남은 장비는 회사에서 무상사용하거나 꿀꺽하게 된다. 납기를 맞춰야 된다며 제작 중인 제품도 가져가 버리며, 남은 인력도 은근슬쩍 회사로 들어올 것을 선택받는다.
또, 원청은 최저입찰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이 호구를 믿고 터무니 없는 단가로 마구 입찰받아서 일감을 이렇게나 많이 받아왔다며 갖다 주며 원청 제품을 독식하는 구조를 만들고서는, 호구가 나가면 우는 소리하면서 단가를 끌어올린다.
이렇게 살과 뼈를 다 발라먹고 육수까지 우려먹히고 나면 호구의 업체는 순식간에 부채덩어리가 되고 호구에게는 청구서만 남게 되는 것이다.
소모품
적은 연봉에 1인다역을 원하고 무상야근 시키고 수당 빼먹고 휴가 안주는 개차반이라도 널린 게 실업자라서, 좋소기업의 이직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사람 아쉬울게 없으니 소모품처럼 부려먹다가 돈 더 달라고 할 때쯤 내보내는 것을 반복한다. 특히 소기업 관리직은 수행하는 일의 수와 양에 대비해 실질 연봉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다고 보면 된다.
인맥
해방이후 1970년대까지 태어난 세대는 배움의 기회보다는 베이비부머들 간의 경쟁을 몸으로 부딪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특출 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거나, 눈칫밥으로 누구보다 빨리 낚아채는 것이 곧 생존 방식이었고, 소기업의 경우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에 능력보다 혈연 지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원청 기업에 등록된 것도 대단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는 사람 통해서, 고향 선후배라서, 술 영업하거나 리베이트 주면서 카르텔에 소속될 수 있었다.
취업실패자, 직장생활 부적응자들이 지금은 잘 안 먹힐 이런 방식으로 운좋게 인맥으로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근본이 이러니까 오너의 마인드도 구멍가게 수준이고, 경영은 돈을 어떻게 더 빼먹고 후려치는가에 잔머리를 굴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좋소기업 종사자들은 '내가 이런 사람 밑에서 뭐 하고 있는가' 라는 회의감과 상실감이 클 것이다. 그들의 카르텔은 견고하고, 빽이나 운도 실력이니까 어쩔 수 없이 욕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고를 반복하게 된다. 능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많이 주고 나은 근무 환경을 찾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렸다.
'좋소랩소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법 재하도급, 하청은 폰지사기 (0) | 2022.07.04 |
---|---|
좋소기업은 사회 시스템이 함축된 피사체 (0) | 2022.07.03 |
정신과 시간의 방 "회의실" (0) | 2022.06.28 |
좋소유치원 (0) | 2022.06.27 |
휴식의 양극화, 계층화 (0) | 2022.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