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시가지는 원래 형산강의 퇴적으로 만들어진 삼각주였다. 주요 동 이름이 송도, 해도, 죽도, 상도, 대도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삼각주 사이를 흐르는 하천 때문에 5개의 섬이었다가, 시가지가 형성되자 홍수 예방을 위해 물을 막고 복개해서 섬의 모습은 사라졌었다.
포항운하의 옛 하천 명칭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송도는 원래부터 동빈내항과 바닷물로 이어져서 하천과 달리 운하라는 이름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삼각주는 큰 홍수만 왔다 하면 물길이 변했기 때문에 송도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고, 나머지 하천들은 형산강의 지류로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형산강 하구 삼각주 5개 섬이었던 포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해보려면, 강의 클래스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훨씬 크긴 하지만 부산의 낙동강 하구를 가보면 된다. 김해공항이 있는 가장 큰 섬인 대저도는 평강천과 맥도강 등을 사이에 두고 대저, 강동, 명지 등으로 나눠져 있다.
80~90년대의 포항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시가지 사이를 흐르는 속칭 '똥물'을 목격했을 것이다. 시장은 그렇다 쳐도 주택가 사이에 4급수 이하의 시커먼 폐급 오수가 흘러서 악취와 해충이 들끓는 흉물이었고, 심지어 태풍이라도 오면 그 물이 넘쳐 집이 잠겼다. 또, 수심이 얕아 곳곳에 5~60년대나 연상되는 각목과 나무판자로 이어 붙인 다리가 90년대까지 있었고, 부서져서 빠질까 봐 겁내며 건넜던 기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포항의 하천들은 원래 농촌 시절에는 청계천처럼 동네 사람들이 빨래하고 물놀이하던 깨끗한 개울물이었는데, 도시화로 각종 폐수가 그대로 다 유입되었고 홍수 대비로 물까지 막아 정체되는 바람에 도로였다가 21세기에 복구되는 청계천의 운명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환경오염에 대한 법이 강화되고 하수종말처리장과 빗물펌프장이 완비되자 복개도로 밑을 들여다보니 수질이 조금씩 개선되었고, 서울의 청계천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송도와 해도 사이를 덮었던 도로를 다시 뜯어내고 주변의 주택까지 해체해서 공원화한 것이 지금의 포항운하이다. 30년 전의 그 '똥물'을 연상하면 격세지감으로 도시 환경 개선과 미화의 역사적 표본이라 할 만하다.
'크루즈'하면 흔히 여객선을 연상할 수도 있어서 멀리서 온 관광객에게서 "이게 크루즈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소형보트로 즐기는 뱃놀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운하 사이를 지나며 풍경을 바로 옆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작은 배가 여행객에게는 훨씬 재밌다.
운항코스와 시간은 기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데 대체로 송도를 한바퀴 도는 표준코스를 지키며, 파도가 심하면 바다로 나가지 않고 운하와 형산강만 돌기도 한다. 매일 오전 10시 ~ 오후 5시50분까지 운영되고 주말에는 승객이 찰 때 수시 출발하며, 평일에는 정시 출발인데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 계획을 잡는다면 문의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대인 15,000원, 소인 12,000원(24개월 미만 무료).
안내 및 문의: 포항크루즈(http://pohangcruise.kr 054-253-4001)
포항운하 주변의 남은 땅은 대형 자본에 통째로 팔아 개발을 독려하는 계획이었으나, 수년이 지나도 매각되지 않았고 근처 동네의 재개발구역도 은근슬쩍 사라졌다. 뭔가 베네치아 같은 풍경을 유도하려고 한 것 같은데 관광인프라는 아웃풋과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지방도시에서 민간 주도의 활성화도 쉽지 않다.
포항운하에 이어 롯데백화점 앞을 흐르는 학산천 복원을 진행 중이다. 오염 없이 그대로 잘 보존해왔더라면 도로로 덮었다가 다시 파내고 보상하며 우왕좌왕할 일이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또 이중으로 삽질하는 모습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급속도의 개발에는 도심 하천 따위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동안 도시 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전국적으로 생태하천 복원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에서 뒤늦게나마 중요성을 깨달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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