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포항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솔밭

moonstyle 2022. 7. 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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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상'

 

 

전국 최고의 백사장을 자랑하던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포스코가 들어서자 모래가 점점 유실되어 2000년대 들어서는 해수욕장으로써의 기능을 할 수 없었고 폐장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수질 오염 문제로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고, 해수욕을 위해서는 공단과 도시생활권에서 떨어진 북쪽의 칠포나 월포로 건너가야 했다.

 

 

 

복원된 송도해수욕장

 

 

 

눈에 띄게 늘어난 백사장 넓이 - 복원 전에는 오른쪽의 도로까지 바닷물이었다

 

 

가뜩이나 없는 백사장 위에다가 도로까지 개설하여 물이 보도 안벽에 닿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졌던 송도해수욕장은 양빈사업을 실시, 모래를 채워 넣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잠제(수중방파제)를 설치하여 조성한 인공 해변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의 사장 폭을 보면 옛 영화까지는 어렵지만 눈에 띄는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었다.

 

 

 

송도해수욕장 왼편

 

 

 

송도해수욕장 오른편

 

 

 

물 속이 또렷이 보일만큼 수질도 좋아졌다

 

 

 

송도해수욕장의 또 다른 상징이자 유물인 다이빙대

 

 

 

'평화의 여상' 광장에서는 저녁마다 버스킹이 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발만 담그는 수준이다. 비교적 근래에도 형산강에서 중금속이 다량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과거 각종 오수로 인한 내항의 오염상태를 잘 기억하고 있기에, 강 하구와 바로 연결된 송도해수욕장이나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포항 시민은 아직도 몸을 사린다. 이들 해변의 진정한 부활은 시 차원에서 수질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도해수욕장 입구는 '여신상삼거리', 앞의 도로는 '해보는대로'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슬럼가였던 송도해수욕장 뒷길

 

 

평화의 여상은 도로가 생기면서 바다 앞 중앙광장으로 옮겨졌고 여신상삼거리라는 이름도 얻었다. 이제는 커피숍과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상가 뒤편의 옛 자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해수욕장 뒷길은 김기덕 감독의 '파란대문'의 배경이자 90년대까지는 군데군데 빨간 불이 켜진 청소년 출입불가의 여인숙이 형성된 슬럼가였다.

 

 

 

해수욕장 전망대 - 송도워터폴리

 

 

 

송도해수욕장과 형산강을 구분하는 방파제

 

 

 

이 방파제에는 회를 파는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바다 한 가운데서 파도바람 맞으며 즐기는 해산물은 20세기의 낭만 그 자체였다

 

 

 

과거의 낭만은 이제 반대편의 송도활어회센터로 옮겨졌고 유명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영일대해수욕장에 비해서는 한산한 편인데, 아파트단지 및 시가지와 연결된 영일대 주변과 달리 송도는 쇠락한 구도심 중에서도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곳이기 때문이다. 포항운하를 개발하고 도시숲도 정비했지만 외곽으로 뻗어가는 신도시 개발 때문에 단독, 연립 위주의 주택가는 정체되어왔다. 해변과 도시숲, 야경이 눈앞에 보이는 알토란 같은 땅에 40년 전 여인숙이던 저층 건물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송도에 대한 무관심을 잘 표현해준다.

 

 

 

송도해수욕장과 옆에서 짝을 이루는 송도솔밭 도시숲

 

 

 

송도솔밭

 

 

 

송도솔밭은 송도동 전체에서 상당 부분(약 8만평)을 차지한다

 

 

 

20세기에는 포항지역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였다

 

 

 

송도솔밭 숲속의 동지고등학교가 있던 명당 자리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송림 키즈 숲 놀이터

 

 

도심 한가운데 산을 제외한 평지에 이만한 규모의 울창한 숲이 조성된 경우는 흔치 않으며, 도시의 편리함과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루는 정주 환경만 보면 축복을 받았다고 표현해도 무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장 큰 요인은 제철소가 강을 사이에 두고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일 년 내내 창문을 열어두기 힘든 환경인 집도 있는 형산강변 주택가의 쇳가루 분진은 해풍과 제철소의 위치와 구조상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송림테마거리

 

 

 

시민들의 휴식처, 송림테마거리의 개울

 

 

 

송림테마거리는 여름마다 아이들을 위한 미니 풀장으로 붐빈다

 

 

포항 송도는 분명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산업화의 비약적 발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잠식하고 명사십리 송도를 해체했었지만 해수욕장은 실어 나른 모래를 쏟아부어 부활했으며, 도시숲에 근린공원과 생활시설도 잘 정비되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 송도와 해도에서 잘 보이는 형형색색 조명으로 근사해진 제철소의 야경이 쇳가루를 마시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과연 축복일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개발과 환경보전은 초기의 막대한 비용 때문에 양립할 수 없었어도, 사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개발 후에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비전 및 계획과 합의는 뒷전이었고 이슈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움직여왔다. 제철소로 인해 첨단도시로 도약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전반의 고찰 없이 늘 발전 논리에 묻혀 보여주기식 미봉책으로 간과하지 않았는가를 송도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송도해수욕장과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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