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트리스2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텐데'

moonstyle 2024. 3. 28.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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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포트리스2 플레이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조회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를 본 사람들이 사설(프리)서버로 많이 유입이 되었다.

 

포트리스2블루 V600 버전으로 시작한 "니아 포트리스"는 몇달이 지나자 분위기가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지금 30대~50대가 된 그때 그 유저들이 많이 찾아주었고 활기찼다.

 

 

포트리스2 사설서버는 20여년 전처럼 사람이 북적였다

 

 

어릴 때 밤을 새 가며 봐 왔던 인터페이스와 음악, 효과음을 들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희열을 느꼈는데, 화무십일홍인지 즐거움도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고 예고도 없이 2024년 3월 27일 새벽에 문을 닫아버렸다.

 

 

 

세기초 PC방에서 담배피고 라면 먹으며 하던 추억의 게임

 

 

영향을 미친 것 중에 하나는 소원수리였다. 누군가 원작 게임사에 문의 메일을 보냈고, 두 군데의 서버를 지적하였는데 그중 니아포트리스(이하 '니아')를 포함시켰다.

 

송신자는 "두 게임이 저작권을 주장한다"고 했는데 저작권을 주장한 곳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서버였고, '니아'는 그런 주장을 한 적 없으며 수익창출, 광고, 기부도 없는 서버였는데, 아쉽게도 함께 엮여버렸다. 그럼에도 정작 중국업체가 운영하는 서버는 여전히 폐쇄되지 않았고 오히려 '니아' 유저를 흡수하고 있다.

 

이 과정 자체가 안타까웠다. '니아'는 원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설 서버이지만, 원작 게임이 서비스가 종료되는 바람에 단지 선의로 사재를 털어 서버를 열었고, 운영 내내 아무런 이득을 얻은 것이 없이 비용만 썼는데도 다른 서버와 엮여 홀로 기구한 운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장본인인 원작 게임사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텐데, 굳이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를 리마스터하면서 한국의 유명 사설서버였던 "피쉬서버"를 통째로 품고 유저를 전부 흡수했는데, 하물며 이제 막 '추억 코인'에 탑승한 포트리스2는 그 인기와 수요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십수년동안 운영된 사설서버를 인정하고 아예 정식 서버에 포함시킨 후 통합하였다

 

 

포트리스2 이후로 3, 뉴, V2 등 시리즈들을 계속 내왔지만 관리 운영의 실패와 비용 문제로 연이어 서비스를 종료하며 I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차라리 자비로 별 탈 없이 운영을 잘 해온 사설서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개선작과 연관 및 결합시키는 게 현재로서는 비즈니스 모델로 훨씬 우월한 것일 텐데 말이다.

 

 

전 서버가 가득차서 접속조차 힘들던 전성기 포트리스2+ 시절

 

 

벌써 25년이 지났다. 국민게임 칭호를 얻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되찾아와야 하는데 캐릭터만 같을 뿐 시스템이 전혀 다른 게임을 내놓으니 흥행이 잘 되지 않은 결과로 이미 수없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니아'를 폐쇄시킨다고 그 수요가 게임사가 현재 운영하는 상품으로 유입되기는 힘들 것이다. 포트리스2를 벗어난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은 사람들이 아예 다른 게임으로 인식하고 흥미를 유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답 리마스터이다. 비주얼적으로 진일보한 리마스터링이 어렵더라도, 무엇보다 지금까지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유지 보수에 대한 품질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지금은 플랫폼의 시대이며 경쟁작이든, 아류작이든, 심지어 음성적이든 간에  모두 '품어야' 그 파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부활을 바라는 '아재'들의 수요와 그 시절과 다른 소비능력, 게임 시스템 자체에 정통한 사설서버 관리자의 노하우까지 흡수했다면 앞으로도 win-win이 되었을 텐데 추억에 홀린 유저의 1인으로서 그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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