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moonstyle 2023. 4. 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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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들은 노래가 애창곡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내가 음악을 찾아서 듣는 것보다, 신청한 노래를 DJ가 틀어주는 것이 훨씬 맛있다.

증강현실, 메타버스 시대가 되었는데도 20세기의 1차원적 유물인 라디오가 여전히 성업 중인 것을 보면 그 매력이 한낱 레트로 감성에 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시대가 변하고 장르가 다양해져도 음악은 계속 흐르듯이, 청각 만으로 나머지 오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라디오 방송은 인류가 생존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본다.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MBC

 

 

오래전 운전 일을 할 때, MBC FM 김기덕의 골든디스크에서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을 우연히 듣고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전까지 라디오 드라마는 무려 1957년 시작한 'KBS 무대'나, 정치 다큐멘터리인 MBC '격동 50년'처럼 무성영화의 변사 느낌이라 흥미가 없었지만, 음악에세이는 남녀 간의 갖가지 사랑과 애증의 에피소드가 참신했고 라디오만의 맛이 있어서 매주가 기다려졌다.

연출과 진행에 주연 김봉덕 역할까지 맡은 김기덕 DJ의 연기는 전문 성우처럼 능숙했고, 특히 윤은서 역할의 윤성혜 성우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매우 사랑스러웠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 소화했지만 20~30대 목소리는 연인의 전화 목소리처럼 달콤하게 느껴진다.

 

 

 

성우 윤성혜

 


무려 9년여 기간 동안 매주 다른 에피소드로 창작을 이어온 박지은 작가는 음악에세이를 발판으로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등 히트작을 연달아 집필하며 특급 작가로 발돋움했다. 소재는 상투적일 수 있지만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달렸는데, 작가는 뒷 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김기덕 DJ는 개편으로 음악에세이가 종영되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고, 애청자인 나 역시 삶의 즐거움을 일부분 빼앗긴 것처럼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 때 전체 녹음파일이 인터넷에서 떠돌았고, 그 파일들은 개인들이 유튜브에 업로드 해놓아서 언제든 들을 수는 있지만 음질이 그다지 좋지 않고 생략된 회차도 많다.

 

 

 

와미디어 웹사이트 (wamedia.co.kr)

 


김기덕 DJ도 이미 2006년부터 대표이사로 오디오북 제작사 '와미디어(WAMEDIA)'를 운영하고 있고, 음악에세이 팬도 많은데 다시 듣기 서비스를 왜 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플랫폼을 통해서 정식 서비스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회차마다 가요가 상당히 많이 삽입되어 저작권 협의가 쉽지 않아서로 추측된다.

 

추억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깜짝 이벤트라도 좋으니 김기덕 DJ와 윤성혜 성우가 다시 입을 맞춰 연기하는 음악에세이를 잠깐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행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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