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0엔 부동산, 공짜 주택 거래가 활발하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사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들여다보니 속사정이 있었다. 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하나같이 양친이 살고 있다가 별세해서 내놓았다는 사연이다.
노년층의 사망으로 빈집이 속출했고, 이를 물려받은 자식들이 팔리지 않는 집 때문에 재산세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단독주택이라도 매달 20~30만원의 고정비가 나가니까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어서 집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빈집은 남아도니까 앞으로 집이 팔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반면, 도쿄 오사카 등 거점 대도시의 중심 시가지에는 집이 부족해서 부동산 가격이 고가에 형성된 것을 보면, 0엔 부동산은 대도시 과밀에 따른 지방 소멸과 인구 고령화가 합쳐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서울공화국, 서울민국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수도권 중심으로 인구 과밀이 극에 달해있고, 주택 부족으로 집값은 유사 이래 최고가를 찍었다. 일부 전원주택과 귀농인, 노년층이 그대로 살고 있고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조차 떠나면서 한국도 농촌지역에서는 빈집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일본은 농촌을 넘어 지방도시와 대도시 외곽까지 속출하고 있는데, 한국의 미래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출산율 저하와 지방 소멸의 이중고
지방 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출산율이 1명 내외로 진입하면서 농어촌 지역의 학교는 폐교중이고, 지방 도시의 초등학교는 학년 당 한 반을 채우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 반에 50명, 한 학년에 12반은 기본이었고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 나눠서 등교하던 시절이었는데 불과 20년 만에 그 많던 아이들이 사라졌다.
필자의 모교는 운동장에 전교생이 다 모이면 3600명쯤 됐었는데, 지금은 1~6학년까지 통틀어 200명을 상회하는 수준이 되었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으로, 이렇게 사라진 아이들의 수만큼 집이 점점 남아돌 것이다.
지원금을 주고 출산 육아 혜택을 계속 늘여도 출산율이 내려가는 것을 보면, 결혼하고 육아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느끼는데 돈 몇 푼 받자고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발상 자체가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문명이 고도화되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개인주의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피해의식 조장하는 혐오 문화부터 사라져야
출산율이나 과밀화 해소 방안 모두 돈을 뿌리고 강제로 일자리를 옮기고 하는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극단주의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 "독박육아"라는 단어를 대놓고 전파하는 매스컴이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각자의 피해의식과 과격한 사상이 주입되고 영향을 미쳐 서로를 혐오하면서 가족 형성의 긍정적인 면모를 파괴하고 있는데, 출산율이 올라가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어리석은 일이다. 이 문제는 인간의 말초적인 감정에 이를 정도로 뿌리가 깊어서 오랜 시간에 걸친 사회 전체적인 담론과 합의가 필요하므로,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빈집의 처리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수도권이나 지방 거점도시 중심지의 부동산 호가는 미래에도 그렇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주택들인데 도시의 군데군데 집들이 방치된다면 지자체에서 공동텃밭으로 활용하거나 공원화를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 낫다.
인구 급감으로 파격적인 제안 (링크1), (링크2) 을 하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도 0원 주택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농촌지역은 서구권처럼 별장 문화를 활성화하는 게 어떨까 싶다. 지금 캠핑족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공간이 없어서 주차장에 '알 박기' 해서 문제시되는 것보다, 한국의 시골집은 세금이나 유지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 않으므로 싼 가격에 휴일에 캠핑하는 마음으로 놀러 가서 뛰어놀 수 있는 별장으로 꾸미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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