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는 명화와 음악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에서 늘 함께한다. 신화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문화 예술계의 영원한 자원의 보고이며, 음악을 통해 고대와 현대의 인간이 감정을 공유하며 차원을 넘나드는 범우주적인 매개체가 된다.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2막 2장 "정령들의 춤"은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Melodie"로 편곡한 것이 유명한데, 이보다 더 슬픈 음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절한 사랑을 나타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앙상블을 선보인다. 에우리디체를 잃은 오르페오의 아픔과 그녀를 찾기 위한 간절함이 함축되어있다는 느낌에서 음악은 만인의 언어라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같은 오페라에서도 다른 분위기의 "오 나의 에우리디체를 돌려다오"는 자뭇 슬픔과는 거리가 느껴지는데, 제목과 달리 제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다는 이미지를 준다. 아내의 손을 잡고 지옥에서 데려오다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죽어버렸지만, 신화와 달리 오페라에서는 사랑의 신이 다시 살려준다는 해피엔드였다는 점에서 그 분위기를 묘하게 살리고 있다.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인상주의 대표 걸작은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판타지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
작은 요정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깊은 숲 속으로 유혹한다. 익숙한 것 같지만 난생 처음 느껴보는 향기와 다채로운 숲 속의 모든 생명체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듯 하다. 낯선 두려움마저 이 곳에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각제일 뿐이다.
헨리 퍼셀 <디도와 아이네아스>
오페라는 트로이의 패전영웅 아이네아스와 카르타고의 여왕이자 과부 디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내용인데, 서곡은 둘의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듯이 서정적으로 시작하다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며 디도를 두고 떠나려는 아이네아스의 격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해낸다.
그리고 디도가 자결 직전에 부른 “내가 대지에 묻혔을 때”는 마치 장송곡처럼 그 비탄함을 드러내주는 구슬픈 독백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했던 연인이 떠나버리고 운명을 거스를 수밖에 없는 참담함과 절망을 전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서곡
고전영화처럼 인물들의 극단적인 감정표현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여러 장면이 순식간에 흘러 가는 듯한 템포는 슬픔에 빠진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떠나는 테세우스와 다시 아프로디테를 통해 디오니소스와의 사랑을 얻게 되는 장면을 음악만으로 채운 무성영화가 떠오르게 하는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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