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령
'hot mic'로 곤경에 빠진 한국의 대통령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막말하다가 전 세계적 구설수에 올랐다. 대변인의 해명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억지로 짜 맞춰서 비호한다며 비웃는 분위기로 몰아가며 "국민" 타령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민을 뭘로 알고”
“국민이 개돼지로 보이나”
한국에서 유난히 반복되는 매스컴에 의한 밴드왜건 현상이 이번 해프닝에서 새삼 또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딱히 대통령이 자막 왜곡에 의한 피해자라고 느껴지지 않고 비호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은 주변 잡음도 제대로 처리 못하며 국정운영은 늘 구설수에 오르고, 당대표 토사구팽을 거치면서 정치성향 스펙트럼을 불문하고 비호감의 정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대통령을 비난해야만 하고, '바이든은'으로 들려야 하고 외교 참사에 동의하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막돼먹은 사람을 지지하는 꼴통이 된다는 분위기다. 미친소 때도 그랬고, 탄핵 시위 등 각종 촛불을 들 때마다 정의로운 척하며 패션 쇼품처럼 재밌는 퍼레이드처럼 굿판 벌이는 광경은 이제 너무 지겨운데 또 뭔가를 기획하고 있는 것 같다.
견강부회, 아전인수하는 무능한 지도자도 참 싫지만, 스스로 깨어있다고 착각하며 권력에 대항하는 정의의 사도 코스프레하면서 부화뇌동하는 군중의 모습은 한숨부터 나온다. 그렇게 똑똑한 분들이 왜 맨날 부적격자만 골라서 높은 자리에 앉혀놓고는 꼭 지나고 나서 심판한다고 호들갑들이신지... 벌써 몇십 년째인가.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그 군중의 속성과 본질은 단지 최고권력자가 밑바닥까지 끌어내려지는 것이 보고 싶은 것이다. 알고 보니 별것도 아닌 게 으스대고 잘난 척하는 꼴이 심술이 나니까,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초췌한 모습을 보며 쌤통이라고 느끼고 싶을 뿐이다.
인민재판은 통쾌하지만 항상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되어있고 득을 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 정치를 종교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고결한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자를 자처하지만 순간 감정에 이끌려 울어대는 양떼에 불과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여론몰이와 선거에 하찮은 정의감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꼰대들의 합창
젊은 친구 한 명 내치겠다고 그 많은 어르신들이 몇 달 동안 동분서주하는 집권당의 꼴부터가 이미 한심한 사회지도층의 현 주소를 상징한다. 이 전 대표의 의혹과 처신도 문제가 있지만 그와 별개로 상황 자체는 토사구팽일 수밖에 없는데, 꼬투리를 잡아 여론을 조성하고 윤리위, 당헌 개정까지 동원하여 전력으로 매달리고 있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봉숭아학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꼰대들이 득실한 곳임을 재각인시켜주었다.
꼰대들은 "어린 XX"가 나이 지긋한 어른들을 시험(PPAT) 치게 하며 공천을 쥐락펴락하는 꼴이 못마땅한 것이고, 차기 총선에서 기득권을 가져오고자 온갖 구실을 갖다 붙여 짓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권교체는 전임자에 의한 반대급부인데 자신들이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지지받은 줄 착각하는 모임이 지금의 여당이다.
거대 양당 한쪽은 열혈 팬클럽 지지로 내로남불 교주 행세하고, 다른 한쪽은 똥오줌도 못 가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투표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지만, 이제는 선택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념도 정책도 불분명한 짬뽕 기회주의자들의 이전투구판은 야구처럼 기계적인 공수교대만 반복할 뿐이며 남은 것은 아예 경기장을 떠나는 것, 염세주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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