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moonstyle 2022. 9. 1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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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야만 하는지 불만이 가득한 채 걷고 또 걸었다. 발가락 한쪽 구석에 자라고 있는 물집과 감지 못한 머리에서 흐르는 가려움, 앞사람 짐에서 걸리적거리는 소리까지 신경질적으로 만드는 어딘가에서는 상욕을, 먼 이국에서는 환호를 주고받는다.

 

어찌 보면 비슷한 여정인데 한쪽은 고난의 행군이고, 다른 한쪽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트레킹이다. 군대에서 시켜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수십km를 걷는 것과, 눈 덮인 봉우리를 보려고 머나먼 타지까지 굳이 찾아가는 것의 차이는 오로지 의식을 지배하는 감정이라니, 원효대사의 해골물에 비견될 만하다.

 

 

 

 

 

히말라야 다큐멘터리를 보고 패셔너블한 감정에 휩싸여 강제 징용 당시의 행군은 까마득히 잊은 채 무작정 여행사를 통해 네팔로 날아갔다. 만년설의 풍광은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어딜 가나 산악 마케팅에 홀린 한국인 등산객을 만났고 가끔 이곳이 설악산인지 백두산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설산의 한가운데서 가끔 영화의 주인공 또는 엄홍길에 빙의하는 허세와 황홀경은 스팀팩 맞은 것처럼 다리를 움직이게 한다.

 

 

 

모든 것이 빼곡히 들어찬 카드만두의 아침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안나푸르나 산군

 

 

 

지누단다의 아찔한 구름다리. 무서울 새도 없이 이제부터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남해의 다랭이논이 생각나는 촘롱 마을

 

 

 

시누와 가는 길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차푸차레

 

 

 

세계 3대 미봉 마차푸차레는 네팔에서 가장 신성시 하는 곳이다

 

 

 

시누와 로지에 도착

 

 

 

네팔의 국화 랄리구라스(Laliguras)

 

 

 

구름이 점점 늘어갔다

 

 

 

히말라야 로지에서부터 본격적인 눈길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칼바람은 춥고 매섭다

 

 

 

너무 반가웠던 데우랄리 로지

 

 

 

목적지인 ABC를 위해 데우랄리에서 하루를 쉬어야 한다

 

 

약도 없다는 고산병으로 행여 낙오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여행사의 일정 자체가 고도를 느슨하게 올리며 조율해준 것이라 컨디션에 문제는 없었다. 더 큰 걱정은 고지대의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아니나 다를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다다르기 전에, 화이트아웃이나 다름없는 구름과 눈보라는 일정에 차질을 안겨주었다.

 

 

 

태양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

 

 

 

MBC로 출발하는 길의 날씨는 나쁘지 않았다

 

 

 

 

 

 

 

 

갑자기 눈구름이 몰려오며 하늘과 산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MBC)

 

 

 

점심을 먹고 ABC로 떠나야 하는데, 눈발이 더 세졌다

 

 

 

악천후가 계속될 수도 있어 아쉽지만 서둘러 하산해야 했다

 

 

 

자연은 베이스캠프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데우랄리에서 아쉬운 저녁 식사

 

 

 

 

다음날 아침 도반으로 내려오니까 거짓말처럼 날씨가 고요해졌다

 

 

 

그림같은 풍경을 뒤로 하며

 

 

 

불과 수백미터의 차이인데 참 대조적이다

 

 

가벼운 트래킹조차 네팔에서는 사치라고 느껴질 때가 더러 있다. 쌀 5말에 달하는 짐을 지고 하루 종일 가파른 산을 오르내려도 일당이 10달러인 현지인 짐꾼을 보면 계급화된 인간 사회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네팔의 포터

 

 

이 분들은 평생을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얻지 못한다. '헬조선'이나 '노오력' 타령하면서도 여유가 어디서 생기는지 세계 각지의 문물을 찾아 떠나는 한국인들은 코로나 이전까지 네팔 관광객 중 연 4만 명 이상을 차지했다. 누군가는 고된 생업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길을 일부러 즐기러 오는 점이 불합리한 현세를 상징한다.

이 세상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는 하지만 과실은 계급에 따라 정해져 있으며, 태어날 때의 운명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20세기에 절대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시도는 완벽히 실패했고 인간도 국가도 너무 많기 때문에 피라미드와 착취 구조는 파훼할 수 없다.

 

 

 

짐을 제 몸처럼 들고 풀을 뜯는 네팔의 나귀들

 


네팔의 포터에 대해서도 그 순간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상대를 업신여기는 감정이며, 지나고 나면 남의 일에 신경을 끄는 이기적이고도 즉흥적인 감상일 뿐이다. 부질없는 동정이나 개똥철학은 집어치우고 팁이나 더 챙겨주는 편이 낫다. 정의는 돈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신선놀음같은 지누단다 핫스프링

 

 

 

다시 돌아보는 안나푸르나

 

 

 

네팔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일출

 

 

 

만년설은 언제나 아름답다

 

 

히말라야를 밟는다는 환상에 비해 현지 숙소의 환경은 위치가 위치니만큼 내 몸을 누울 수 있고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지구의 지붕에 와있는데 그깟 찌든 땀 냄새가 무슨 대수인가.

난 아직도 한국의 캠핑문화를 고가의 난민체험으로 인식하긴 하지만 캠핑이든 트레킹이든 그 과정이 즐거운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풍부한 감성이며, 히말라야 등산 또는 트래킹은 자연에 의한 고난을 즐기려는 마조히스트적 쾌락과 인간이 가진 목표 일변도의 정복 성향, 그리고 이를 자극하는 등산복 회사의 마케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불합리든 뭐든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최고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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