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섬유 중에 최고로 꼽히는 비단(명주, 실크)은 누에를 사육해서 실을 뽑아내는 공정(양잠)으로 고대에는 첨단기술의 산물이었다. 중세 유럽에 전파 및 보급되기 전까지 양잠 직조기술은 영업 기밀이었고 동북아에서 공급을 주로 담당하였으므로, 황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동서양 무역의 가교 역할로 실크로드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다양한 합성섬유가 개발되어 수요가 급감하였고, 고급 옷감으로만 쓰인다. 또한, 방직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관계로 고전적인 수작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에서 명주짜기는 국가무형문화재로써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명주짜기는 많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며 국가무형문화재가 대개 그렇듯 명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명주 짜는 과정은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에서 K-ASMR로 감상할 수 있다.
명주실의 희생양, 누에
누에는 나방이 되어보지 못하고 뽕잎만 먹다가 고치가 되면 실을 얻기 위해 삶아버리며, 남은 유충은 고단백 영양식인 번데기로 먹는다. 그래서 뽀로로에서 '꼬물이' 편을 보고 자란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에게는 양잠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 문명 자체가 동식물을 대량 사육하며 철저히 이용해먹은 결과물이므로 그 누구도 비도덕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비건도 살아있는 식물을 먹고, 동물보호단체도 반드시 육류나 그 가공품, 파생물을 먹어야만 살아서 동물을 보호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명을 향유하며 태어난 모든 지구상의 인간은 순수악이다. 윤리적 삶을 자처하는 사람들마저 생명체 중에서 특권계층을 만들고 있고 그에 대한 기준은 각자가 천차만별인 측은지심이다.
동물을 불쌍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은 경우에 따라 위선으로 느껴질 여지는 있어도 그 가치는 아름답다. 그렇지만 동물을 잔인하게 이용하는 방식을 비난하고 도덕적으로 규탄할 자격은 그 누구도 섣불리 가질 수 없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달성 옥연지 송해공원, 송해기념관 (0) | 2022.10.04 |
---|---|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0) | 2022.09.18 |
도쿄는 여름 피해서 가세요 (0) | 2022.08.22 |
아이를 위한 경주 여행지 5 (0) | 2022.08.18 |
울산 장생포 웰리키즈랜드 (0) | 2022.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