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103

짐 자무쉬 作 지상의 밤 (Night on Earth, 1991)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은 손님과 택시기사라는 관계를 떠나서 처음 만난 사이가 마치 오랜 친구가 된 듯, 넋두리와 담소를 나눌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이다. 30년 전의 작품이라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흡연문화가 발달된 유럽의 낙후된 소형택시 이미지는 번쩍이는 중형택시를 타고 다니는 우리나라의 쾌적한 모습과 달리 클래식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먼지가 끼여 있는 창문과 담뱃재가 흩어져 있는 바닥 그리고 담배연기와 섞인 구형 차의 독특한 기름 냄새와 털털거리는 엔진소리는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을 잠식시켜줄 오래된 것 만의 매력이다. 나름 낭만적인 이미지를 연상하며 처음 접한 파리의 코르디부아르 출신 택시기사를 보면서 홍세화의 가 떠올랐다. 프랑스의 보잘 것 없는 소형 렌탈택시는 할증요금을 받을 수 있는 ..

리뷰 2022.05.30

경주 문무대왕면 여행지 문무대왕릉-감은사지-골굴사-기림사

경주 문무대왕면의 원래 명칭은 양북면이었다. 양남면은 원자력발전소 경제 기반에 주상절리 해변과 울산과 가까워 관광객 접근성이 좋았던 반면, 양북면은 경주에서 동해안으로 가기 전에 거쳐가는 산간오지로 인지도가 미흡했다.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도로망이 없어서 고부랑길로 토함산을 넘어 가야하는 각오를 다져야 했는데 그 험난한 고개를 추령, 관해동(가내동)이라 불렀다. 경주가 행정구역이 넓어 동해안 도시지만 실제 시내에서 동해로 가기에는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만큼 험난했다. 추령터널이 완공되자 조금씩 숨통이 트인 당시 양북은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동경주IC가 생기고,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을 유치하며 그를 위한 불국사-감포까지 잇는 토함산로의 개통까지 지난 20년간 사정..

여행 2022.05.29

가족나들이 최적지,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박물관과 정원, 동물원, 식물원 모두가 어우러진 종합세트와 같은 가족여행지다. 면적이 112만㎡(약 34만평)에 달해 성인이 전체를 걸어서 구석구석 관람만 해도 4시간 정도 걸리며, 먹을거리와 함께 천천히 관람한다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컨텐츠가 방대하다. 하루 가족나들이를 위해 이동시간과 방법 등의 여행코스를 짜는 고민하는 과정이 귀찮다면, 순천만국가정원 한 곳만 가면 간단히 해결된다. 다만, 넓이가 넓이인만큼 상당시간을 걸어서 이동하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데, 특히 어린이, 유아가 동행이라면 유모차를 가져가는 것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긴 나들이 시간에 앉아서 쉴만한 곳이 벤치 밖에 없으므로 짐의 여유가 된다면 자리를 펴고 쉴 수 있는 것들을 가져가는 ..

여행 2022.05.26

순천 드라마촬영장, 순천만 습지

순천 드라마촬영장에는 60~70년대 서울 시가지와 달동네가 잘 구현되어 있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이라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안내판 같은 것들이 거의 없고 내부까지 장식되어 있는 등 디테일이 살아있다. 또한 시가지로부터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가깝지도 않아서 주변의 현대적인 건물로 인한 이질감으로 몰입에 방해받는 일도 거의 없다. 드라마가 끝나고 방치되는 여느 다른 지방의 세트장과 달리 꾸준히 관리되고 드라마나 영화 시대극 촬영이 계속 이어져 그에 맞게 세트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 시대가 변하는 것처럼 해마다 색다르게 변신한다. 순천만 습지 순천의 대표 여행지 순천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한국에서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곳이다. 또한 일..

여행 2022.05.25

영양 주실마을의 아침

영양은 늘 적막이 흐를만큼 고요한 고장이다. 내륙 깊숙이 몸을 감추고 있어 속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숨어있는 영양의 보석같은 마을이자 한양 조씨의 집성촌인 영양군 일월면의 주실마을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주실(注室)이라는 이름은 산골 등짝이 서로 맞닿아 있는 지형의 생김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적인 낭만에 혼자 젖어드는 고요한 아침의 영양 주실마을을 맞이해본다. 주실마을은 영양군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이고, 한옥과 골목이 잘 정비 정돈되어 있어 고즈넉한 시골길을 거닐며 감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지금은 고택들이 체험형 숙박시설로 변모한 곳도 있으니 주실마을에서 시를 읊으며 보내는 하루 밤과 아침은 지친 심신에 좋은 정서적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여행 2022.05.25

너구리 라면 옛날 맛 살리기

굵은 면발과 얼큰한 국물로 누가 끓여도 실패하지 않는 라면이던 너구리는 2000년대를 지나며 소위 잠수함패치로 맛이 계속 너프되어왔다. 국물이 연해져서 물을 줄여야했고 특히 건더기스프에서 씹히던 자그마한 뭔가가 빠졌는데 이후 맛이 상당히 심심해졌다. 너구리 국물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게나 홍게를 넣는 것인데, 간단히 끓여먹는 상황에서 매우 쉽지 않다. 멸치 등으로 별도의 육수를 내는 방법도 라면 조리라는 특성상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먹자니 아쉽다면, 마트에서 딱 하나만 사서 넣으면 된다. 옛날 너구리 건더기스프에서 해물향을 감돌게 했던, 앞서 언급한 씹히던 작은 뭔가는 바로 건홍합이다. 마트 건어물 코너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쓰면 된다. 홍두깨로 빻으..

생활 2022.05.23

타나토노트로 본 유쾌한 죽음

왜 모두 죽고 나면 사라지는 걸까 이 세상에서 나의 자아,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두려움은 이뤄 말할 수 없다. 생전에 인간이 그렇게 상한가 없는 욕심을 추구하는 것도 짧은 생에 다 가지고 다 해보려는 본능과, 죽고 나서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미지의 영역을 향한 인간의 욕심과 호기심은 신대륙이나 극한 오지를 넘어 지구 밖에 이르기까지 정복의 깃발을 꽂아왔다. 죽음은 결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시공의 초월과 더불어 사후세계도 언젠가는 인간이 정복해야할 목표가 돨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미지의 분야들에 비해 사후세계에 대한 과학적 정보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그 공포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시절 대서양을 지나면 끝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비..

리뷰 2022.05.20

분식점 라면, 휴게소 라면의 비법

국민 분식 라면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레시피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취향대로 갖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만들어도 남이 끓여준 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끓이는 시간 내내 냄새를 미리 맡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공복에 먹는 음식 맛과 에피타이저를 먹고 느끼는 메인 디쉬의 차이가 큰 것 처럼, 후각으로는 이미 라면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취향과 변형식은 달라도 분식점과 휴게소는 라면 맛의 정석이자 표준처럼 각인되어 있고, 그 맛을 재현하고자 집에서 도전을 해보지만 일단 내가 끓여서 냄새를 맡으며 입맛을 다시기 때문에 감점을 받는다. 그럼에도 수많은 조리와 사소한 관찰 끝에,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분식점 및 휴게소 라면의 표준이자 별 것 없지만 비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Point 불..

생활 2022.05.19

하락에 또 하락, 더존비즈온 주가 전망

국내 중소기업 ERP시장의 독보적 1위를 자랑하는 회계프로그램이자 회계 구인란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더존 가능자'로 그 위상이 설명가능한 더존비즈온(012510). B2B 시장을 장악하여 매우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창출하고있고 ERP는 한 번 도입하면 교체하기 힘든 특성상 더존비즈온은 인터넷 성장산업의 대표격인 플랫폼기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까지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역사상 고점을 찍은 이후에 그 이상의 성장동력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과 주식시장 호황기를 지나면서 인터넷 관련주들이 앞다투어 거품이 걷히고 있는데, 더존비즈온의 하락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지난해 회계오류 사태이후로 별다른 반등한번 주지않고 펀더멘탈에 비해 지나치게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Signal 1: 대주주 매도 2020년..

투자 2022.05.17

홋카이도 여행 (2) - 아바시리, 시레토코, 구시로, 오비히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한국에서는 정동진이 유명한데, 홋카이도에서는 오호츠크해가 바로 앞에 있는 키타하마역이 있다.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나와서 더 유명해졌는데, 관광지로 개발이 된 정동진은 비하지 못할만큼 정적이고 시적인 공간이다. 홋카이도 도로 곳곳에는 빨간색 화살표가 있는데, 겨울에 도로와 비도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도로임을 확인하는 표시이다. 제설차량 운행에도 유용하며 적설량이 많을때 저러한 표시가 없으면 운전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시레토코 오호(知床五湖) 5개의 호수 중에 일부를 데크를 따라 관람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이상은 연구 목적이거나 사전 허가 및 가이드 동행하여 진입할 수 있는 야생지역이다. 곳곳에 야생곰을 조심하라는 표시가..

여행 2022.05.16

홋카이도 여행 (1) - 삿포로, 비에이, 키타미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홋카이도(北海道, 북해도, Hokkaido)는 여름에 꼭 가봐야 한다. 한글의 모양이 헛갈려서 '훗카이도'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고, '도'라고 해서 섬이름인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본을 구성하는 4대 섬 중에 하나는 맞지만 지명은 경기도 강원도처럼 행정구역의 이름이다. 분명 한여름인데 가을처럼 포근하고 상쾌하고 시원하며, 면적도 한국 전체 크기에 비할만큼 커서(남한의 83%) 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 너무나도 많다. 홋카이도는 겨울이 상징이지만 느긋한 시간으로 기차여행을 한다면 모를까, 렌트카로 자유여행을 하기에는 여름이 최적기이다. 여행은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렌트카와 곳곳에 숙소만 예약을 해놓고 떠났는데, 홋카이도의 크기와 이동시간, 교통사정을 감안하지 않았다가 운..

여행 2022.05.13

지구 탈출의 근원적인 의문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고, 위대한 석학 스티븐 호킹은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대재앙은 물론 AI의 위협, 바이러스,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적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려볼 수 있지만 AI의 위협은 좀 다르다. 그런 AI조차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고, 멸종을 불러올 정도의 소행성의 경로를 이탈시킬 수 있는 등 SF영화에 나오는 미래 기술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는 어떨까. 그렇게 여러 걱정들이 기우이거나 설레발이라는 가정하에 지구 탈출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지구와 거의 같은 환경의 식민 행성을 발견 및 개척했거나 테라포..

에세이 2022.05.12

울릉도는 왜 도동이 중심지일까

한참 울릉도가 궁금해서 빠져있을 때, 울릉도의 입구인 도동이 굉장히 좁아보였고 고개너머 저동이 더 커보여서 왜 그럴까 궁금해하다가 지식인에 물어봤지만 '복붙'만 있을 뿐 별 유의미한 답변이 없어서 셀프로 조사해서 셀프로 답변달아서 채택했었다. 실제로 울릉군의 관문인 도동은 굉장히 좁고 답답한 느낌인데, 그에 비해 고개너머 옆동네 저동은 넓직하고 탁트였다. 억지로 구겨넣은 도동과 달리, 저동은 육지의 어항 느낌이고 아파트까지 있다. 울릉도의 개발이 매우 어려운 관계로 수많은 관광객이 첫밟을 내딛는 도동의 선착장 앞의 상가의 땅값은 한때 전국 최고를 자랑했었다. 도동항 (CC BY 사진출처) 저동항 지금이야 울릉도 곳곳에 안벽과 방파제가 완비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개척이 시작된 19세기~20세기초는 물론이거니와..

에세이 2022.05.1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