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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23

전류전쟁과 국제표준

국제 표준은 비즈니스의 생사가 갈리므로 각국과 기업이 사활을 건다. 서로 자신들의 제품이 국제적 표준으로 정해지길 원하며, 기업들 간에 무리를 지어 세를 키우는 합종연횡도 흔한 일이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국제 표준 규격에 대한 전쟁은 2000년대 삼성, 소니, 필립스 등 다국적기업의 블루레이 진영과 도시바가 주축이었던 HD-DVD 간의 치킨게임이다. HD-DVD가 먼저 출시되었고 기존 기기와의 호환성 등을 감안하여 초기에는 상당히 우위를 선점하는 듯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과 그로 인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화질, 할리우드 콘텐츠 기업의 외면으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으로 블루레이에 참패하고 도태되었다. 사실 국제적인 표준 규격, 즉 공식 포맷은 HD-DVD였으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성능으로 평가를 받은..

에세이 2024.02.28

재미없는 예능

TV를 켜면 볼 게 없다. 뉴스야 기본적인 기능이고, 교양, 다큐, 스포츠 등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 번씩 별생각 없이 웃고 싶은데 그런 프로그램이 아예 없다. 온갖 미사여구의 자막과 웃음소리, 리액션, 편집술로 웃기는 척 하는데 입꼬리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재료가 별로면 양념으로도 커버가 안 되는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케이블에 나오는 예능 재방송을 보고 또 보며 낄낄댄 것 같은데, 요즘엔 예능 자체를 정색하며 보다가 10분도 못 견디고 채널을 돌린다. 교양인지 예능인지 분간이 되지 않고, 교양치고는 정보나 지식이 없고, 예능치고는 너무 재미없으며, 시청자와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저들이 왜 막대한 출연료를 받는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비들의 세상 선배들이 무한경쟁의 정글에서 빡세게 ..

에세이 2024.02.21

경주김씨 조상을 찾다가 깨달은 족보의 허상

신라의 국성 김씨는 워낙 고대에서 시작하다 보니 기록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현시대 족보의 근거는 시조로부터 1700여년 지난 조선시대 후기 이후의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 당대 후손들이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을 받아 적고, 스스로의 출신성분을 높이기 위해 주작(做作)과 날조가 횡행했던 시절의 기록을 근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경주 김씨, 안동 김씨, 권씨 등 한국에서 상당한 인구를 차지하는 신라계 김씨의 후예로서, 늘 의문을 가졌던 것은 왕족의 후손이 이렇게 많을 수 있는가였다.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 이런 예가 없다. 베트남의 왕성(姓)인 응우옌(阮)은 현 베트남 인구의 거의 40%나 차지하는데 왕조가 교체되면서 여러 성들이 편입된 결과로, 한국의 김씨도 이와 비슷한 과..

에세이 2023.09.18

시간을 거슬러, 리셋증후군

미래로는 갈 수 있지만 과거로는 절대 가지 못한다. 미래로는 가봤자 현재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더 나은 결과물을 원하는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길 원한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람은 인생에서 아쉬운 순간들이 참 많고 리셋증후군처럼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한다. 그럼 시간을 되돌아 특정시점으로 갈 수 있다면 모두가 만족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패러독스, 평행우주, 자정작용 영화나 소설의 타임슬립 물(物)은 과거로 돌아간 누군가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 결과가 바뀐다는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내세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평행우주(Parallel World)로, 같은 우주가 동시에 존재하며 시간여행자는 여러 우주를 왔다갔다 할 뿐으..

에세이 2023.07.11

답이 없는 한국 농업

농사하려고 몇억 들었는데 대기업이 들어와서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기업영농인 서산농장에서 시설작물을 시도하자 농민들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국내 기업에도 이 정도인데, 농업 대국이나 다국적 기업에는 오죽할까. 강성노조와 점조직이 융합한 이러한 형태에서는 시스템 농업은 꿈같은 이야기고,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농업은 세계 시장과 전혀 경쟁이 되지 않으며, 농업 종사자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농사짓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벼슬처럼 내세우는 것 자체부터 문제인 것이, 원론적으로 수출로 외화 벌어온 성실한 납세자들이 왜 세금도 안내는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메꿔줘야 되는지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로 30년이 넘었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세금..

에세이 2023.04.12

작은 사람

누구나 먹고사는 문제, 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치사해진다.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권력가들도 고작 돈 몇 천만원에 일생의 커리어를 망치는 것을 보면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한 것이다. 나 역시 돌이켜보면 그 작은 사회에서 좁쌀만 한 것들을 두고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스트레스 받은 것들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아무리 고고한 척해봐도 내 본심 또한 그 똥통에 함께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범해지고 싶어도 당장 이 하찮은 몸뚱이가 앉을 편한 자리가 먼저인 것이 내 한계이고 그래서 또 바보같고 멍청한 짓을 반복한다. 그래도 이런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은 더 어른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자기만족을 해본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내면의 정화과정도 없다면 견디기 힘들 만큼 수치스럽다.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에세이 2023.02.21

극혐의 제국

치졸함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졸렬한 모습을 선보여 왔다. 코로나19 창궐의 책임도 얼렁뚱땅 넘어가며 팬데믹이 안정화되자 감염자가 급증한 국가(인도, 남미 등)를 후안무치하게 조롱했고, 적반하장으로 남 탓만 해댔다. 2023년 초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PCR 검사를 요구한 이유는 그들의 갑작스러운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감염자가 급증해서인데, 또 한국인만 골라서 보복조치를 하고 있는 꼴을 보면 역시나 대국 타령하는 저 인구 많은 나라의 모든 것이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속좁고 유치찬란하게 느껴진다. 정신연령이 낮을수록, 자존감이 낮을수록 "내가 형이야~", "내가 이겨~" 하며 유아적 행태를 보이는데 지금 중국이 딱 그 꼴이며, 수틀리면 그냥 보복이 일상이다. 잘못한 것이 없어도 보복을 받는다. 피해의식은 또 ..

에세이 2023.02.18

이성과 감정의 대결

목소리 큰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이성보다 감정이 이기는 편이다. 그래서 사회적 현상이나 공론화된 이슈에 대해 대화를 할 때 감정이입부터 하는 사람들이 특히나 많다. 대표적인 예로, “네 가족이 당했다고 생각해 봐라, 그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위 질문에는 답이 정해져 있으며 이미 언어폭력으로 낙인찍혀서 인터넷에서는 '니가족충'이라고 불린다.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면 질문자가 원하는 정답이 되고, 그래도 그런 말을 하겠다는 사람은 가족도 버리는 패륜적 인간이 되므로, 무적 논리로 시전된다. 사회적 현상, 공론화된 이슈에 대한 대화 내지 토론은 누가 그 일에 더 슬퍼하는가, 누가 더 착한가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 의견, 주장을 제3자의 시각에서 펼치는 것이므로, 감정..

에세이 2023.01.31

밴드왜건을 따라가는 양떼들

국민 타령 'hot mic'로 곤경에 빠진 한국의 대통령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막말하다가 전 세계적 구설수에 올랐다. 대변인의 해명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억지로 짜 맞춰서 비호한다며 비웃는 분위기로 몰아가며 "국민" 타령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민을 뭘로 알고” “국민이 개돼지로 보이나” 한국에서 유난히 반복되는 매스컴에 의한 밴드왜건 현상이 이번 해프닝에서 새삼 또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딱히 대통령이 자막 왜곡에 의한 피해자라고 느껴지지 않고 비호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은 주변 잡음도 제대로 처리 못하며 국정운영은 늘 구설수에 오르고, 당대표 토사구팽을 거치면서 정치성향 스펙트럼을 불문하고 비호감의 정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대통령을 비난해야만 하고, '바이든은'으로 들려야 하고 ..

에세이 2022.09.28

스스로를 높이는 이상한 자기소개

대학 교수는 그래도 식자층에 속하는데, 그중 어떤 교수가 "교수님한테 언제든지 물어봐", "교수님이 볼 때는" 하며 스스로를 계속 "교수님"이라고 자칭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니면 예의라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강의를 들을 때마다 계속 거슬렸고 그 사람을 저절로 피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부터 이어져온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피아에 대한 구분과 지칭에 대해 아이들이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교육상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고등교육에서도 당연하다시피 "선생님"이라고 자칭하는, 그것이 낯 뜨거운 것인지 모르는 교사들이 꽤 있다. 교육과정에서부터 스스로를 높이는 이상한 표현이 당연시되다 보니, 보고 배운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본인을 "OOO과장입니다", "X..

에세이 2022.08.12

북한에는 강경파가 없다

북한 관련 영화, 소설 등 픽션이나 역사물, 심지어 공신력 있는 보도 취재 영역에서까지 북한 체제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인데, 마치 권력공동체가 있는 것처럼 권력 실세가 군부 강경파라는 한심한 추측과 묘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반세기에 걸친 철저한 숙청작업과 감시체계로 북한 권력구조에는 XX파, OO파와 같은 세력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가 대외에 존재를 드러내어 전면에 나선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을뿐더러, 설사 간혹 보이는 사람들은 사후 지도자의 책임회피를 위한 총알받이 역할일 뿐이다. 강경세력 중에 ..

에세이 2022.08.11

한옥과 조선 지배층

나는 조선 왕조와 지배층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세계 각지의 중세시대가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조선 중후기에 이르자 사대부의 권위도 자연스레 떨어지기는 했지만,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유럽은 제쳐두더라도 바로 옆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이씨 조선은 지금의 김씨 조선처럼 극도의 폐쇄성으로 시대적 변혁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해서 기득권 유지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운이 어찌 되든 말든 사치와 매관매직을 일삼는 것을 보다 못해 들고일어난 백성을 때려잡으려고 외국 군대를 동원하고, 피지배층이 수탈과 강제징용으로 끌려갈 때 왕족은 나라를 넘기는 대가로 호의호식했다는 사실에서는 동정의 여지도 없게 만든다. 조선의 기와집은 양반가의 겸손함이 묻어 나온다고 자화자찬한다. 나는 그것을 미개..

에세이 2022.08.10

렉카 유튜버들이 유희열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

어떤 이슈가 뜨면 여러 사진 뉴스 등 소스를 짜깁기해서 이게 동영상인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인지 모를 영상을 만들어 그럴듯한 낚시성 제목과 썸네일을 달아서 조회수와 수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XX의 눈물", "OO의 고백" 처럼 가십성 있고 자극적인 썸네일을 보고 들어가면 창작이나 특종은 전혀 없고 그냥 뉴스 내용 읽어주는 수준이며 제목과 거의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사이버렉카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견인비 챙기려고 역주행하면서 앞다투어 달려드는 렉카차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미국이 북폭한다는 허위 선동을 하거나, 얼마 전에는 아예 유명인의 사망설을 날조하는 등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유희열의 표절에 관련해서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던 렉카들이 이슈가..

에세이 2022.07.25

싫어할 자유를 달라

어쩌라고? 내가 할 말을 왜 저들이 할까. 당신들이 뭘 입든 뭘 하든 관심이 없는데 왜 어쩌라면서 하루 종일 광고에 나오는지 볼 때마다 지친다. 내 본능은 눈을 돌리고 화면을 손으로 가리고 채널을 바꾸게 되는데 뭘 어쩌라고. 좋다, 싫다는 원초적인 감정은 개인의 자유다. 인간의 DNA는 더 나은 유전자를 찾아 번식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러한 본능을 무분별하게 절제하지 못한 행동이 문제인 것이지, 개인의 감정 및 주관과 내면의 가치판단까지는 제한할 방법이 없으며 누구도 심판할 자격이 없다. 내 기준에는 남성성이 뚜렷한데도 여장하는 것, 고도 비만인데 심한 노출을 하는 행위, 그로테스크한 성적 복장 등은 본능적 거부감이 든다. 그것이 직접 눈앞에 있든, 예술이든, 영화, 사진, 광고이든 간에 상관없으며, ..

에세이 2022.07.21

견훤의 한계와 결자해지

자신이 개국한 나라를 자신이 공격하여 멸망시킨 전 세계 유일무이한 족적을 남긴 견훤은 말단의 맨손 무장에서 출발해서 순수 본인의 능력만으로 왕조까지 창업한 까닭에 역발산기개세의 패왕이 연상되는 선망적 캐릭터이다. 호남과 영남의 비옥한 지역을 토대로 한반도 최대 세력을 구축한 그가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전국시대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것은 억울해 보인다. 서라벌 침공 같은 외부적인 문제 외에는 딱히 내부적으로 폭정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믿었던 혈육과 신하들의 배신 때문에 평생을 바친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참담함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배신의 희생양 견훤 1. 아들(신검): 아버지인 자신을 폐위 2. 아버지(아자개): 적국(고려)으로 귀순 3. 신하(공직, 능환 등): 배신 및 반역 ..

에세이 2022.07.19

천년고도 경주의 미래는 황룡사 복원부터

역사도시라는 기대감에 도착하면 여느 지방도시와 다름없는 풍경에 지붕에 기와만 갖다 붙인 퓨전 건물이 장식하고 있는 도시. 미적 감각이 전혀 발휘되지 않은 난개발로 천년의 고도는 불과 반세기만에 국적 불명의 도시로 전락해버렸다. 현재의 경주를 역사도시로 대외에 홍보하며 해외의 관광객을 끌어드리는 작업은 과대포장 광고가 되었고 재방문율은 극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등의 유적지, 유물들만으로 항상 새롭고 남다른 것을 원하는 우리의 고객들이 끊임없이 찾기를 바라는 일은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꼴과 다를 바 없다. 대량관광시대를 넘어 관광객의 눈은 갈수록 높아져 가고 그들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뚜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한데 경주에는 세대를 넘은 감흥을 크..

에세이 2022.06.21

일본의 0엔 부동산은 한국의 미래

일본은 지금 0엔 부동산, 공짜 주택 거래가 활발하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사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들여다보니 속사정이 있었다. 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하나같이 양친이 살고 있다가 별세해서 내놓았다는 사연이다. 노년층의 사망으로 빈집이 속출했고, 이를 물려받은 자식들이 팔리지 않는 집 때문에 재산세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단독주택이라도 매달 20~30만원의 고정비가 나가니까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어서 집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빈집은 남아도니까 앞으로 집이 팔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반면, 도쿄 오사카 등 거점 대도시의 중심 시가지에는 집이 부족해서 부동산 가격이 고가에 형성된 것을 보면, 0..

에세이 2022.06.16

동해를 한국해라 부르고 싶다

동해 (East Sea) 동쪽 바다 이 추상적이고 보통명사 같은 명칭을 사용할수록 세계에서는 일본해에게 잠식당해갔다. 유럽 사료에는 Sea of Corea, Coree가 많은데 처음부터 한국해(Sea of Korea)를 놔두고 왜 동해(East Sea)에 집착했었는지 답답한 노릇이며, 이제와서 모든 지도의 일본해를 동해로 다 바꾼다고 해도 얻을 실익이 있는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방송이나 광고, 게임, 영화 등이나 심지어 정부 자료에서까지 실수로 Sea of Japan 들어간 지도를 넣었다가 매년 수없이 뭇매를 맞는데, 왜 계속 같은 실수가 터질까 생각해보면 한국을 제외하고 그런 지도가 대부분이라서 실수가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민족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지만 세계적..

에세이 2022.06.14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음악

그리스 로마 신화는 명화와 음악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에서 늘 함께한다. 신화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문화 예술계의 영원한 자원의 보고이며, 음악을 통해 고대와 현대의 인간이 감정을 공유하며 차원을 넘나드는 범우주적인 매개체가 된다. 글룩의 오페라 2막 2장 "정령들의 춤"은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Melodie"로 편곡한 것이 유명한데, 이보다 더 슬픈 음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절한 사랑을 나타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앙상블을 선보인다. 에우리디체를 잃은 오르페오의 아픔과 그녀를 찾기 위한 간절함이 함축되어있다는 느낌에서 음악은 만인의 언어라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같은 오페라에서도 다른 분위기의 "오 나의 에우리디체를 돌려다오"는 자뭇 슬픔과는 거리가 느껴지는데,..

에세이 2022.06.07

혈세낭비 프로축구 K리그 시민구단

국민 한 명 한 명의 피같은 돈을 거둬드린 세금이라 해서 혈세라 하며, 해마다 각계각층에 걸쳐 줄줄 새는 혈세를 비판하고 감시한다. 그런데 지방 세정에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없어서 계속 간과하는 돈이 있다. 바로 프로축구 K리그 시민구단 재정지원이다. 축구 팬이기도 해서 시민구단들끼리 관중 천여명 오는 곳에서 치열한 더비(?)도 하고 감정싸움도 하고 폭행사건도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봐왔지만, 국민 대다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축구마니아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 축구팀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혈세로 꾸준히 창단 또는 참가되고 있는 K리그 시민구단 현황 순번 시립, 도립 지자체 축구단 K리그 참가 1 대구 FC 2003 2 인천 유나이티드 FC 2004 3 경남 ..

에세이 2022.06.03

궁예 몰락에 대한 시선

고려 태조 왕건은 명백한 궁예의 후계자이다. 소련의 흐루쇼프가 신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스탈린에 대해 격하운동을 벌였어도 그는 스탈린의 정통을 이은 사람이듯이, 왕건이 고려의 실질 창업자 궁예의 모든 유산을 물려받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궁예하면 빠지지 않는 승자 왕건의 기록에 의한 희생양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이 가는 이유가, 전임자에 대한 유언비어와 비방, 보복으로 얼룩지는 현대 정치판을 보더라도, 그 당시의 기록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궁예는 여론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는 과정과, 구중궁궐에서 변절하는 권력자의 극단적 전형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인물이라 극적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데, 한편으로는 실존인물이 이렇게 짜맞춘듯이 시나리오처럼 전형적일 수 있을까 의심을 하게 ..

에세이 2022.05.31

지구 탈출의 근원적인 의문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고, 위대한 석학 스티븐 호킹은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대재앙은 물론 AI의 위협, 바이러스,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적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려볼 수 있지만 AI의 위협은 좀 다르다. 그런 AI조차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고, 멸종을 불러올 정도의 소행성의 경로를 이탈시킬 수 있는 등 SF영화에 나오는 미래 기술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는 어떨까. 그렇게 여러 걱정들이 기우이거나 설레발이라는 가정하에 지구 탈출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지구와 거의 같은 환경의 식민 행성을 발견 및 개척했거나 테라포..

에세이 2022.05.12

울릉도는 왜 도동이 중심지일까

한참 울릉도가 궁금해서 빠져있을 때, 울릉도의 입구인 도동이 굉장히 좁아보였고 고개너머 저동이 더 커보여서 왜 그럴까 궁금해하다가 지식인에 물어봤지만 '복붙'만 있을 뿐 별 유의미한 답변이 없어서 셀프로 조사해서 셀프로 답변달아서 채택했었다. 실제로 울릉군의 관문인 도동은 굉장히 좁고 답답한 느낌인데, 그에 비해 고개너머 옆동네 저동은 넓직하고 탁트였다. 억지로 구겨넣은 도동과 달리, 저동은 육지의 어항 느낌이고 아파트까지 있다. 울릉도의 개발이 매우 어려운 관계로 수많은 관광객이 첫밟을 내딛는 도동의 선착장 앞의 상가의 땅값은 한때 전국 최고를 자랑했었다. 도동항 (CC BY 사진출처) 저동항 지금이야 울릉도 곳곳에 안벽과 방파제가 완비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개척이 시작된 19세기~20세기초는 물론이거니와..

에세이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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