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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6

[오지산행] 진늪산-수석봉

고요한 겨울 산의 묘미와 함께 예상 못한 공포의 순간도 포항의 행정구역은 생김새도 독특하고 꽤 넓은 편인데, 특히 청송과 맞닿은 죽장면은 문명과 동떨어진 세상처럼 겹겹이 산에 숨어있어 두메산골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오지이다. 현재 직선화 공사 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2차선 도로로 고개를 여러 차례 넘어야 하며, 흔한 편의점도 찾아볼 수 없고, 버스도 시간대를 모르면 타기 힘들다. 등산 앱 상에 근교 모든 산의 GPS 배지를 획득하겠다는 일념으로 발견한 독특한 이름의 진늪산과 수석봉은 아주 가끔씩 산악회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발걸음이 거의 없는 곳이라 일단 등로 찾기부터 힘들다. 앱은 물론 산악인 블로그에서 찾아봐도 수년 전의 것이고, 길이 없어 숲을 헤치고 가야 해서 체력소모가 배로 들고 그다지 추천하지 않..

여행 2024.03.04

영남알프스 8봉 완등

완등 인증이라는 것이 있는 지도 모르고 새해를 맞아 영남알프스를 찾았다가 주말도 아닌데 유난히 사람이 많은 것이 이상했다. 울산의 대기업들이 연초에 다 쉬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모두가 앱으로 인증을 하고 있었다. 100대 명산 인증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날의 힘든 종주를 마쳤는데, 집에서 확인해 보니 지방 정부에서 영남알프스 8봉 완등 인증서와 함께 선착순 3만 명에게는 은화까지 수여했던 것이었다. 이 사업을 몇 년째 하고 있는데 나는 왜 전혀 몰랐던 것일까. 파래소폭포에서 시작해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채이등을 거치는 환종주를 했는데, 멍청하게도 인증을 하지 않고 오다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황망함을 빨리 떨쳐내려고 직선 코스를 찾았고 배내봉도 찍을 겸 바로 다시 향했다. 첫째 ..

여행 2024.01.13

자도봉어 환종주

자옥산-도덕산-봉좌산-어래산 종주는 참 지치고 힘들다. 힘들게 올라갔던 산을 다시 내려갔다 올라갔다 수없이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에서 유명한 환종주 코스 중에 하나인 자도봉어를 따뜻하고 바람도 없는 한겨울 최적의 날씨를 맞아 도전했다. 다른 종주 원정을 위해 예행연습 삼아 가는 분들도 많고, 당일 한나절 내에 원점회귀가 가능한 곳이라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경주 안강 옥산서원을 시점과 종점으로 하는 환종주 숨을 헐떡이며 종주를 만만하게 보고 생각이 짧았다고 깨달은 것이 물을 500ml 한 병만 들고 왔다는 것과 스틱도 없다는 것이었다. 자옥산과 도덕산 정상은 나무에 가려져 있지만 둘 다 바로 옆에 조금만 이동하면 병풍같은 산들을 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멋진 조망터가 있다. 마침 바람도 불지..

여행 2023.12.28

포항 근교 가벼운 등산

도음산 도음산산림문화수련장의 전원은 계절의 낭만을 담고 있다. 피크닉에 어울리는 넓은 잔디밭과 숲 속 놀이터가 있어 가족 나들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골짜기에는 사람이 많지만, 도음산 등산로부터는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것이 매력이다. 중명생태공원 - 옥녀봉 반나절 정도 소요되며, 가파른 구간은 잠깐일 뿐이고 다음부터는 산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빙 돌아 내려오면 갖가지 전망과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코스이다. 본 탐방로는 여유가 있으면 아예 소형산에서 출발해도 되고, 운제산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 응암산 그리 높지 않지만 산세를 감상하기 좋고 코스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며, 중명과 마찬가지로 들머리와 날머리를 다르게 해도 차를 세워둔 곳에서 가까워서 이동하기 편하다. 정상이 바위라 쾌감을 더한다. 내..

여행 2023.11.21

옥천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한국의 서정시들은 거의 대부분 정지용의 문체를 계승한 형태로, 그는 선구자, 거목, 거장 등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한 현대 한국 시문학에 큰 족적을 남겼다. 정지용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윤동주와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의 청록파, 그리고 이상 등을 등단시킨 대부이자 스승 같은 인물이다. 정지용은 글로 그림을 잘 그린다.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며 절제된 시어로 생동감 넘치는 풍경화를 담아낸다. 충북 옥천에 복원된 그의 생가와 주변은 '옛이야기 지줄대는' 전원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고 어수선했지만, 6.25 전쟁으로 인한 묘연한 행방으로 오랜 시간 소실되기도 했던 명예를 되찾고 소회를 풀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그의 시를 음미해 본다. 납북으로 추정되는 행적 때문에 반..

여행 2023.07.12

부여 백제문화단지

문화재의 세세한 부분까지 탐닉하는 마니아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기존 부여의 관광자원들 만으로는 선뜻 먼 길을 가기 힘들다. 사라진 절 터와 석탑, 산성 등 일반 여행객이 보기에 밋밋한 유적들만 남아있던 부여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 문화단지는 늘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앞선 포스트에서 경주에서의 지적과 같이 '터' 만으로는 역사를 즐길 사람도 많지 않아 유인이 거의 되지 않으므로, 테마파크가 되더라도 주저 말고 개발해서 어떻게든 거대한 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견지이기 때문이다. 신라 하면 경주, 경주가 곧 신라인 반면, 백제는 전성기를 지나며 천도를 이어가서 중심지를 명확하게 정하기가 애매한 느낌이 있다. 공주(웅진)를 대표적으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약 60여 년 남짓 머무른 임시..

여행 2023.05.24

말과 함께 영천 홀스파크

어린이와 말과의 교감을 위한 선물, 영천 홀스파크(HORSE PARK)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영된다. 입장권에는 말먹이가 기본 포함되어 있고, 체험 가능 횟수(1회, 2회, 3회)에 따라 금액이 바뀐다. 홀스파크 선택 체험 종류 1. 승마체험 - 작은말(유아용), 중간말, 큰말 중 선택 2. 레일카트 - 마차(2인~5인/보호자동반) 3. 빅점프 - 키즈카페 50분 이용 (11:00 시작 18:00 종료, 매시 정각마다 시작해서 50분씩, 17시 마지막 턴) 레일카트는 보호자 동반해야 하므로 아이는 3회 체험(트리플 패스), 보호자는 1회 체험(싱글 패스)으로 가장 많이 하는 편이다. 말들이 하는 홀스쇼(14:20 / 17:20)는 입장권에 가격이 포함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하지 않는 날도 있다. 홀스..

여행 2022.11.18

은행나무 명소 경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경주 안강은 옥산서원이 유명하여 서원만 다녀가는 경우가 많은데,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국보 제40호 정혜사지 13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서원 뒷 길로 어느 정도 이동해야 하고 시골 구석에 자리 잡아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석탑은 주변의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와 바닥에 깔린 은행잎들의 향연이 혼자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착각에 들게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은행 단풍은 11월에 절정을 맞이하고 낙엽으로 떨어져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 오래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이곳에 자주 오기 어렵다면 단풍 타이밍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탑 하나만 덩그러니 있어서 소외될 수 있는 곳이지만 가을 만은 특별한 판타지의 장소가 되며,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나만의 가을 테마 촬영 장소로 찜해둔 곳이기..

여행 2022.11.17

경산 반곡지와 삼성현공원

반곡지 원래 목적지는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었지만 근처에서 초코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동행자의 요청에 카페를 찾다가 발견한 반곡지는 청송에 있는 유명한 호수가 연상되었다. 만추를 맞이하며 그림처럼 호수 주변 물에 잠겨있는 나무와 유영하는 오리들을 바라보며 의도치 않은 감상과 망중한을 즐기게 되어 엔돌핀이 솟구쳤다. 잔잔한 호수는 언제나 정서적인 안정을 심어줘서 차를 처음 샀을 때, 조용한 저수지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반곡지도 어떻게 보면 시골에 있는 평범한 저수지인데 대도시 근교에 있고 사진 포인트가 좋아서 유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조용한 평일 여유로운 시간에 연인 또는 혼자라도 '기억의 습작'같은 노래를 들으며 반곡지에서 사색을 즐겨 봄이 어떨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경산은 대구의 위성도시라 역사적인 도..

여행 2022.11.02

포항거리예술축제, 스틸아트페스티벌

포항거리예술축제 연극, 공연, 무용, 거리극, 행위예술, 설치미술 등은 특별히 마니아가 아니라면 무관심의 영역이라,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광경이며 심지어는 기괴하게 보일 수도 있다. 포항거리예술축제는 포근한 가을 날씨와 상쾌한 송림 도시숲에서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스며들듯이 원래 곁에 있던 것처럼 예술의 세계로 안내했다. 트로트나 품바 공연 일변도의 여타 지방의 축제와 달리 마치 유럽의 생동감 넘치는 거리 공연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색적이고 다채로웠고, 몇몇 공연은 솔직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를 얻은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건조하게 살아온 것 같는 생각이 든다. 전율을 선사했던 이동형 거리극 처음엔 숲 한복판에서 뭐하는가 했다. 관객들은 배우를 둘러싸고 관..

여행 2022.10.28

울진아쿠아리움, 울진과학체험관

울진아쿠아리움 전국을 통틀어도 아쿠아리움은 흔치 않아서 못 가본 곳을 찾다가, 놀랍게도 경북의 끝에 있는 울진에 생겼다는 말을 듣고 먼 길을 떠났다. 언제 도착하냐는 아이의 보챔을 달래며 도착한 울진 아쿠아리움에서의 시간은 달려온 시간보다 훨씬 짧았지만, 주변에 다른 가볼 만한 곳이 많아서 아쉽지는 않다. 왕돌초는 울진 앞바다에 있는 여의도 면적 2배의 거대한 수중암초의 이름으로,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인 왕돌초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컨셉의 아쿠아리움이다. 실제로 스쿠버다이빙을 해보면 해초류들이 많이 자라서 '바다숲'이라고 불리는데, 이쯤되면 한국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고 칭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아쿠아플라넷같은 대형급과는 비교하기 힘든 규모이지만 아이와 함께 추억만들기에는 큰 차이..

여행 2022.10.14

대구 달성 옥연지 송해공원, 송해기념관

한 분야에서, 특정 직종에서 장인의 경지에 오르려면 평생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꾸준함이 필요하다. 불멸의 업적도 그런 노고에서 비롯한 것임을 잘 알기에 세상은 찬사를 보내고 그 흔적을 영원히 새기려고 한다. 과거 '딴따라'라 불리던 연예인에 대한 천대를 딛고 장수 프로그램을 이끄는 독보적 MC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봉의 경지에 오른 마에스트로의 발자취도 호수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송해 선생은 이북 출신인데 왜 뜬금없이 대구에 기념 공원이 있는지 의아했는데, 처가인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에서 망향의 설움을 달래며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말의 송해공원과 송해기념관은 선생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고자 하는 팬들로 가득 차서 옥연지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송해 테마와 별개로 ..

여행 2022.10.04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불만이 가득한 채 걷고 또 걸었다. 발가락 한쪽 구석에 자라고 있는 물집과 감지 못한 머리에서 흐르는 가려움, 앞사람 짐에서 걸리적거리는 소리까지 신경질적으로 만드는 어딘가에서는 상욕을, 먼 이국에서는 환호를 주고받는다. 어찌 보면 비슷한 여정인데 한쪽은 고난의 행군이고, 다른 한쪽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트레킹이다. 군대에서 시켜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수십km를 걷는 것과, 눈 덮인 봉우리를 보려고 머나먼 타지까지 굳이 찾아가는 것의 차이는 오로지 의식을 지배하는 감정이라니, 원효대사의 해골물에 비견될 만하다. 히말라야 다큐멘터리를 보고 패셔너블한 감정에 휩싸여 강제 징용 당시의 행군은 까마득히 잊은 채 무작정 여행사를 통해 네팔로 날아갔다. 만년설의 풍광은 언제..

여행 2022.09.18

실크로드의 시작,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

천연 섬유 중에 최고로 꼽히는 비단(명주, 실크)은 누에를 사육해서 실을 뽑아내는 공정(양잠)으로 고대에는 첨단기술의 산물이었다. 중세 유럽에 전파 및 보급되기 전까지 양잠 직조기술은 영업 기밀이었고 동북아에서 공급을 주로 담당하였으므로, 황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동서양 무역의 가교 역할로 실크로드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다양한 합성섬유가 개발되어 수요가 급감하였고, 고급 옷감으로만 쓰인다. 또한, 방직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관계로 고전적인 수작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에서 명주짜기는 국가무형문화재로써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명주짜기는 많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며 국가무형문화재가 대개 그렇듯 명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명주 짜는..

여행 2022.09.15

도쿄는 여름 피해서 가세요

방한 여행객에게 한국=서울이라는 관광 이미지와 달리 일본은 지방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 도쿄는 시골 사람이 상경해서 사람 구경하는 느낌으로, 일본의 수도를 방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솔직히 서울이 여행하기는 더 편리하다. 코로나 이전까지 일본 여행이 한창일 때,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도쿄를 많이들 갔는데 생각보다 습하고 무더운 기후에 아연실색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도쿄의 크기는 경기도 전체 수준으로 굉장히 넓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걷고 또 걸으며 땀과 사람에 치이면서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일본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왔는데 이런 날씨, 인파와 사투를 벌이며 고행의 길을 걷다 보면 '현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국인이 서울을 '여행'하지 않듯이, 비록 ..

여행 2022.08.22

아이를 위한 경주 여행지 5

목차 1. 경주버드파크 2. 뽀로로 아쿠아빌리지 3. 경주엑스포대공원 4. 코코고양이카페 5. 경주월드 (부록) ※ 폐업된 곳 1. 경주버드파크 (동궁원)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동물원을 접하기 쉽지 않은데, 경주버드파크처럼 새를 테마로 한 대규모 체험형 동물원은 전국적으로 흔치않다. 경주에 다른 실내 동물원이 여러군데 있지만 동궁원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규모도 크고 다양한 동식물이 많고 알차다. 동궁원이라는 이름은 동궁과 월지에서 희귀한 동식물을 키웠다는 역사적인 기록(한국사 최초의 동식물원)과 관련있다. 그리고 새와 동물들이 추위를 타므로 온실로 되어있는데 여름에 사람 많을 때는 장소에 따라 덥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용을 꼭 2번씩 반복하던 텔레토비처럼 유아들은 한 번 재밌는 것을 경험하면 ..

여행 2022.08.18

울산 장생포 웰리키즈랜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방대한 면적에 걸쳐 관람 및 체험 컨텐츠가 마련되어있는 테마파크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고래박물관 주차장 입구에는 만성적인 정체가 이어지는데, 황금연휴에 돌고래를 보러 찾아갔다가 차량행렬을 보고 아이의 요청에 길 건너편에 있는 웰리키즈랜드로 급선회했다. 주차하기가 난감한데, 베스트는 키즈랜드 바로 앞과 주변 노상주차장이지만 운이 따라줘야 할 정도로 자리가 빠듯하다. 두 번째는 고래박물관에 주차하고 고래생태체험관 등을 둘러보고 (주차권 받을 수 있음) 길을 건너가 웰리키즈랜드에서 놀고 가는 것인데, 주차공간이 많지 않아 주말, 공휴일에는 차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골목 2차선 도로를 들어갔다가 언덕 위에 숨어있는 주차장을 찾았는데, 차가 별로 없어서 바로 주차할 수 있고, 화..

여행 2022.08.16

제주 종달리 엉불턱 우도 전망대

종달리 전망대 주변은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이며 접근성이 좋아 드라이브나 식사 전후에 둘러보기 제격이다. 저녁에 갈치조림을 먹으러 갔다가 식당 바로 옆에 전망 좋은 해안 둘레길이 있어서 산책을 했는데 '불턱'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불턱은 해녀들이 진출입하는 해변에 바위나 움푹 파인 곳 또는 돌로 쌓아 탈의실 겸 휴식장소를 만든 곳이다. 해녀들이 물질하고 나오면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 하므로 말 그대로 '불을 피우는 턱'이다. 엉 불턱과 족은 영산이 왓 불턱은 종달리 우도전망대의 바로 옆에 있는데, 자연 불턱이라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해녀 휴게 시설이 현대화되었기 때문이다. 해변의 검은 돌을 자루째로 담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변 주민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만약 그분들..

여행 2022.08.04

천년의 숲 비자림

제주 비자림은 약 천년 전 자연 형성된 비자나무 숲이다. 비자림 탐방로는 마치 정글을 탐험하는 느낌이며 수백년 된 고목들의 원시적인 모습으로 채워져 볼거리가 많고, 제주도 만의 희소성 있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비자나무는 제주도, 일본과 한반도 남해안 지역에 서식하며, 제주 비자림에는 수령이 300년에서 많게는 800년으로 추정되는 2800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오랜 세월을 품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자나무는 가공이 쉽고 미려해서 가구, 장식품 등으로 활용되는데 바둑판으로는 최고급 자재이다. 그로 인해 상업적 벌채가 이뤄졌었고 지금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 관심종(LC)이며, 제주는 물론 전국 각지의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어 이제는 목재로는 구하기 ..

여행 2022.08.03

제주 사려니숲

여름 휴가철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특히 일본이나 동남아 수요가 제주도로 많이 몰렸다. 불쾌지수 높은 상황에서 어딜 가나 북새통이라 짜증스럽고, 비싼 숙소와 렌터카, 바가지 입장료에 밥값도 비싸고 대접도 시원찮은데 해외보다 더 많이 돈이 든다. 5천만의 관광 수요에 비해 제주도는 너무 좁고 한정적이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날씨와 사람에 치이는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등 직사광선을 맞이하는 곳은 가지 않거나, 지나가는 길에 잠깐 내려 먼발치에서 인증사진만 찍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로울 것이다. 사려니숲길은 여름 낮 제주에서 알려진 여행지 중에서 가장 쾌적한 야외이자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일종의 등산로지만 경사가 거의 없으며 어른 아이 불문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할 수 있는 피서지이..

여행 2022.08.01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

도쿄 아사쿠사의 센소지가 유명한 이유는 수도의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조계사나 봉은사 쯤 되지만, 관광지로는 덕수궁이나 창경궁같은 포지션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수많은 인파의 외국인들의 필수코스로 발 디딜 틈이 모자랐다. 아사쿠사(浅草)의 센소지(浅草寺)는 한자가 같지만 읽는 방법이 다르다. 원래 불교 관련 명칭은 음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교토의 키요미즈데라(淸水寺)처럼 가끔 예외도 있어서 처음에 한자만 보고 '아사쿠사데라'인 줄 알았다. 그리고 아사쿠사 신사가 바로 옆에 있어서 신사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센소지는 도쿄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래된 절이며 다른 별칭으로 아사쿠사 칸논(観音)이라고도 불린다. 목조 건물은 환경적 요인으로 오래 보존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의 여느 전통 건축물처럼 센..

여행 2022.07.24

포항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솔밭

전국 최고의 백사장을 자랑하던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포스코가 들어서자 모래가 점점 유실되어 2000년대 들어서는 해수욕장으로써의 기능을 할 수 없었고 폐장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수질 오염 문제로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고, 해수욕을 위해서는 공단과 도시생활권에서 떨어진 북쪽의 칠포나 월포로 건너가야 했다. 가뜩이나 없는 백사장 위에다가 도로까지 개설하여 물이 보도 안벽에 닿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졌던 송도해수욕장은 양빈사업을 실시, 모래를 채워 넣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잠제(수중방파제)를 설치하여 조성한 인공 해변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의 사장 폭을 보면 옛 영화까지는 어렵지만 눈에 띄는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발만 담그는 수준이다. 비교적..

여행 2022.07.10

영천 만불사

과거에는 동남아, 현재는 중국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영천 만불사는 문화재가 아니라 특정 종단이 운영하는 사원이기 때문에 관광지로서 크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입장료도 없고 입장객을 대상으로 한 포교 및 선교 활동도 전혀 없으므로, 불교문화의 진수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불국사나 석굴암을 불교 신자라서 가는 것이 아니듯이, 종교적 선입견 없이 거대하고 압도적인 수의 불상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곳이다. 한자문화권에서 만(萬)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모든(all), 가득(full)의 관용적 의미다. 만불사(萬佛寺) 소개에 의하면 불상의 수는 20만에 달하며, 한국 최대, 최다를 자랑한다. 메인 홀과 같은 만불보전(萬佛寶殿) 내부로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며 잠시 ..

여행 2022.07.06

세계 4대 미항 여수 밤바다, 빅오쇼

세계 4대 미항? 3대 미항? 여수는 세계 4대 미항을 캐치프라이즈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기존에 알려진 3대 미항(나폴리,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은 전혀 공신력이 없는 것으로,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도 모르는데 한국과 일본에서만 상식이자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삼대 문파처럼 뭔가 무협지스럽게 등급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동북아 문화의 상징 같은 재료인 '3대 미항'은 일본의 미디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드니와 나폴리는 원래부터 미항으로 손꼽는 편이긴 하지만, 순위권은 각지의 문화와 개개인의 미적 기준에 따라 수시로 바뀌며 세계의 수많은 항구들이 후보에 오르내린다. 아래 후보 도시들을 보면 4대를 자처하는 여수가 약간 낯간지럽기는 하다. * 세계 4대 미항의 다른 경쟁 후보 뉴욕, 싱가포르, 바..

여행 2022.06.30

포항운하의 과거와 현재 (포항크루즈 탐방)

포항의 시가지는 원래 형산강의 퇴적으로 만들어진 삼각주였다. 주요 동 이름이 송도, 해도, 죽도, 상도, 대도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삼각주 사이를 흐르는 하천 때문에 5개의 섬이었다가, 시가지가 형성되자 홍수 예방을 위해 물을 막고 복개해서 섬의 모습은 사라졌었다. 포항운하의 옛 하천 명칭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송도는 원래부터 동빈내항과 바닷물로 이어져서 하천과 달리 운하라는 이름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삼각주는 큰 홍수만 왔다 하면 물길이 변했기 때문에 송도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고, 나머지 하천들은 형산강의 지류로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형산강 하구 삼각주 5개 섬이었던 포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해보려면, 강의 클래스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훨씬 크긴 하지만 부산의 낙동강 하구를 가보면..

여행 2022.06.13

대마도 - 간편하고 부담없는 해외여행을 위해

지금은 코로나 영향으로 항로가 막혀있지만, 부산과 주변지역에서 비행기 없이 당일치기 해외여행이 가능한 곳이자, 배로 1시간만 가면 도착하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지인 대마도는 반일 불매운동과 한국인 출입금지업소 같은 이슈로 인해 2019년 관광객이 급감했다. 일본 내지인들에게는 그다지 볼거리도 없는데 멀리 있는 외딴 시골 섬이라 가성비가 떨어지므로, 여행수요는 한국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유튜브 등에서 알려진 "한국인 출입금지"는 극소수의 경우로, 말도 안 통하는데 "써-비쓰" 같이 되지도 않는 콩글리시 섞어가며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물건도 사지 않고 무례하게 행패를 부린 사람들 때문에 학을 뗀 경우다. 애초에 그런 시골의 작은 가게는 관광객 유치해서 큰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현지인 상대로 ..

여행 2022.06.11

아름다운 꽃섬 여수 하화도

여수는 크고 작은 섬이 365개나 된다. 그 중에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도 49개에 이르며 현재 4개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육지처럼 왕래할 수 있다. 여수 돌산에서 개도, 백야도, 조발도와 낭도, 적금도 등을 거쳐 고흥까지 여수의 여러 섬들을 연륙교를 통해 하나로 잇는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아직까지 다수의 섬은 매일 수차례 왕복하는 연락선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생활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여행객에게는 연해의 작은 섬을 배를 타고 방문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여수 앞바다의 수많은 섬 중에 대표적으로 윗 꽃섬과 아래 꽃섬 알려진 상화도와 하화도는 이순신 장군이 꽃들이 만발한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예쁘고 평화로운 섬이다. 그 중 아랫 꽃섬을 가기 위해 오랜만에 타는 페리와 잔잔한 바다,..

여행 2022.06.10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이유

산이 많다고 알프스면 한반도 전체가 다 알프스지, 왜 영남에 있는 산맥에 해외 지명을 억지로 갖다붙였을까 의문이 있었는데 수년 전 밀양과 울산 일대를 가는 길에 자연은 시각적으로 한 번에 알려주었다. 초봄의 따뜻한 날씨였는데 스위스의 어느 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왜 영남알프스인지 체감하게 해준다. 물론 만년설도 아니고 겨울이나 초봄에 고산지대에 눈이 와야 볼 수 있는 경치지만, 별 생각없이 봐왔던 병풍처럼 늘어선 산맥에 이색적인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울산과 밀양, 양산, 청도, 경주까지 걸쳐있는 1,000m 넘는 고산지 일대인 영남알프스는 운문산, 천황산, 재악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가지산, 고헌산, 문복산의 9개 산으로 구성된다. 실질적으로 울산과 밀양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

여행 2022.06.09

주왕산 용연폭포와 가메봉

주왕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고 한국에서 제일 작은 국립공원이며 악산(岳山)이 아니라 만만히 보고 접근할 수 있는데, 주봉(772m)보다 높은 실질적인 정상인 가메봉(882m) 코스는 왕복 14km에 이르며 부지런히 걸어도 5시간 이상을 계획에 잡아야 한다. 중간에 절벽을 타고 오르는 구간도 있는 등 난이도가 있으므로 장비와 식수를 준비하고 가야하며, 가벼운 등산을 원한다면 주봉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주왕산은 가을 단풍이 상징이지만, 실비에 젖은 초여름의 등산은 마치 산의 품에 안기는 듯한 감상에 젖어들게 했다. 데크가 완비된 용추폭포까지의 구간은 유모차를 끌고 노약자도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구간으로, 기암절벽과 산수절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코스이다. 해당 코스만 밟아도 주왕산 다녀..

여행 2022.06.08

보성 녹차밭의 여름향기

연기자 손예진 씨의 미모가 절정이었던 때의 아름다운 화보집이었던 드라마 여름향기의 배경인 보성 녹차밭. 산등성이 차밭을 오르내리다보면 작열하는 태양 빛 때문에 많이 덥지만 싱그러운 녹색의 향연과 이국적인 풍경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한국 녹차의 메카 보성은 대표 관광지 대한다원 뿐만 아니라 녹차밭이 주변에 광범위하게 펼쳐져있다. 녹차밭 바로 앞에서 전망을 천천히 만끽할 수 있는 펜션이 많이 있으므로 가족여행객이라면 하루를 묵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보성군 관광안내 사이트에서 녹차밭 360도 파노라마를 제공하니 이를 간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파노라마 관련 링크 (보성군청) 보성차밭 - https://www.boseong.go.kr/vr/panorama/1_01/index.html 대한다원 - http..

여행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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