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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와 스틸야드 그리고 네이밍 스폰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시즌 최종전을 위해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많은 인파가 찾은 포항 스틸야드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거대한 용광로처럼 관객을 압도했다. 항상 '최초'라는 영예의 기록을 간직한 한국 최고의 명문구단 포항스틸러스는 스틸야드와 함께 프로축구의 선진화를 변함없이 모범적으로 선도하며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포항이 가진 최초, 최고의 기록들 1.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축구 클럽 2. 한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 3. 한국 최초의 클럽하우스 4. 한국 최초 ACL 2연패 5. 한국 최초 구단 법인화 6. 한국 최초 유소년 시스템 7. 한국 최초 명예의 전당 8. 한국 최초 외국인 선수 영입 9. K리그 최초의 더블 (리그+FA컵) 10. K리그 최초, 최고 클럽월드컵 3위 11. 20..

축구 2022.10.27

울진아쿠아리움, 울진과학체험관

울진아쿠아리움 전국을 통틀어도 아쿠아리움은 흔치 않아서 못 가본 곳을 찾다가, 놀랍게도 경북의 끝에 있는 울진에 생겼다는 말을 듣고 먼 길을 떠났다. 언제 도착하냐는 아이의 보챔을 달래며 도착한 울진 아쿠아리움에서의 시간은 달려온 시간보다 훨씬 짧았지만, 주변에 다른 가볼 만한 곳이 많아서 아쉽지는 않다. 왕돌초는 울진 앞바다에 있는 여의도 면적 2배의 거대한 수중암초의 이름으로,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인 왕돌초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컨셉의 아쿠아리움이다. 실제로 스쿠버다이빙을 해보면 해초류들이 많이 자라서 '바다숲'이라고 불리는데, 이쯤되면 한국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고 칭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아쿠아플라넷같은 대형급과는 비교하기 힘든 규모이지만 아이와 함께 추억만들기에는 큰 차이..

여행 2022.10.14

이중간첩 - 최고의 남북 첩보 스릴러

비운의 수작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금강산관광과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화해무드로 가면서 영화계에서도 쉬리, 공동경비구역JSA와 같이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영화 이중간첩도 그러한 시류에 편승하여 남북 간의 간첩, 방첩 활동에 대한 디테일을 살린 수작으로 개봉했지만, 당시 흥행한 경쟁작에 비해 다소 무거운 소재와 여주인공의 발연기까지 논란이 되면서 '2주간첩'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비디오 가게로 직행해버린 비운의 작품이다. 본작의 실패는 90년대 대체불가의 '스페셜 원'이었던 한석규가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신호탄이 되기도 하였다. 유명세와 개런티에 비해 늘 연기력 논란을 달고 있던 고소영 또한 이 작품 이후로 톱 여배우로서의 지위는 사라졌다. 그 시기는 멀티플렉스가 ..

리뷰 2022.10.08

대구 달성 옥연지 송해공원, 송해기념관

한 분야에서, 특정 직종에서 장인의 경지에 오르려면 평생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꾸준함이 필요하다. 불멸의 업적도 그런 노고에서 비롯한 것임을 잘 알기에 세상은 찬사를 보내고 그 흔적을 영원히 새기려고 한다. 과거 '딴따라'라 불리던 연예인에 대한 천대를 딛고 장수 프로그램을 이끄는 독보적 MC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봉의 경지에 오른 마에스트로의 발자취도 호수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송해 선생은 이북 출신인데 왜 뜬금없이 대구에 기념 공원이 있는지 의아했는데, 처가인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에서 망향의 설움을 달래며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말의 송해공원과 송해기념관은 선생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고자 하는 팬들로 가득 차서 옥연지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송해 테마와 별개로 ..

여행 2022.10.04

K3리그 경주한수원축구단 - 경주시민운동장

혼잡 없이 동네 공원에 마실 가는 기분으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K3리그 경기장의 분위기는 화창한 가을 날씨가 운치를 더해주었다. 입장료가 없고 사인볼 행사도 하고, 구단 선수와 프런트를 소개하는 부채도 나눠주며, 선수와 감독, 심판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다 들리는 VIP석에 앉아 양팔을 걸치니 유럽의 어느 축구장이 부럽지 않았다. 지방 군소도시인 경주에는 프로스포츠 팀이 없지만, 3부리그(세미프로)인 K3리그를 상징하는 역사와 전통의 명문 경주한국수력원자력축구단(경주한수원FC)이 있다. 원래 실업축구 독립리그인 내셔널리그였다가 K3에 편입되었으며, 향후 K리그2와 승강제가 이뤄진다면 승격이 유력한 강팀이다. 관중은 200여명 정도였지만, 경기력은 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날은 K3리그가..

축구 2022.10.02

밴드왜건을 따라가는 양떼들

국민 타령 'hot mic'로 곤경에 빠진 한국의 대통령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막말하다가 전 세계적 구설수에 올랐다. 대변인의 해명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억지로 짜 맞춰서 비호한다며 비웃는 분위기로 몰아가며 "국민" 타령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민을 뭘로 알고” “국민이 개돼지로 보이나” 한국에서 유난히 반복되는 매스컴에 의한 밴드왜건 현상이 이번 해프닝에서 새삼 또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딱히 대통령이 자막 왜곡에 의한 피해자라고 느껴지지 않고 비호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은 주변 잡음도 제대로 처리 못하며 국정운영은 늘 구설수에 오르고, 당대표 토사구팽을 거치면서 정치성향 스펙트럼을 불문하고 비호감의 정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대통령을 비난해야만 하고, '바이든은'으로 들려야 하고 ..

에세이 2022.09.28

사브리나(1954) 오드리 헵번의 패션 화보집

지금은 20세기야 하인이 주인집 아들과 염문이 무성하자 다들 세상이 변했다며 저렇게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후 사브리나의 미국은 아직도 백마 탄 왕자님에 의한 신분 차이, 고부갈등과 막장스러운 뒷 공작이 주요 소재인 21세기 한국보다 개방적이고 리버럴하고 평등해 보였다. 오드리 헵번은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는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22살 아가씨를 너무 잘 연기 또는 상징했고, 연애에 무관심한 노총각 재벌도 녹여버리는 마력의 소유자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시조급에 있는 본작에서 그녀의 세기를 초월한 아름다움은 흑백 영상을 넘어 침투하며, 50년대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패션의 완성을 선보인다. 모든 드레스들이 화려했지만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험프리 보가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의 장면이다...

리뷰 2022.09.26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불만이 가득한 채 걷고 또 걸었다. 발가락 한쪽 구석에 자라고 있는 물집과 감지 못한 머리에서 흐르는 가려움, 앞사람 짐에서 걸리적거리는 소리까지 신경질적으로 만드는 어딘가에서는 상욕을, 먼 이국에서는 환호를 주고받는다. 어찌 보면 비슷한 여정인데 한쪽은 고난의 행군이고, 다른 한쪽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트레킹이다. 군대에서 시켜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수십km를 걷는 것과, 눈 덮인 봉우리를 보려고 머나먼 타지까지 굳이 찾아가는 것의 차이는 오로지 의식을 지배하는 감정이라니, 원효대사의 해골물에 비견될 만하다. 히말라야 다큐멘터리를 보고 패셔너블한 감정에 휩싸여 강제 징용 당시의 행군은 까마득히 잊은 채 무작정 여행사를 통해 네팔로 날아갔다. 만년설의 풍광은 언제..

여행 2022.09.18

실크로드의 시작,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

천연 섬유 중에 최고로 꼽히는 비단(명주, 실크)은 누에를 사육해서 실을 뽑아내는 공정(양잠)으로 고대에는 첨단기술의 산물이었다. 중세 유럽에 전파 및 보급되기 전까지 양잠 직조기술은 영업 기밀이었고 동북아에서 공급을 주로 담당하였으므로, 황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동서양 무역의 가교 역할로 실크로드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다양한 합성섬유가 개발되어 수요가 급감하였고, 고급 옷감으로만 쓰인다. 또한, 방직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관계로 고전적인 수작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에서 명주짜기는 국가무형문화재로써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명주짜기는 많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며 국가무형문화재가 대개 그렇듯 명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명주 짜는..

여행 2022.09.15

렌트카 휠 사진 꼭 찍으세요

제주도 여행 갔다가 찝찝한 경험을 했는데, 반납시 업체에서 대뜸 휠 살짝 긁힌 부위를 지적하며 사진을 요구했다. 렌트카를 국내외에서 수차례 빌렸지만 휠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사진을 자세히 찍어놓지 않아 덜컹했는데 다행히도 측면 사진을 확대하니 해당 부위가 보여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형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사전에 휠이 긁혀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진에 찍혀있지 않았다면 비용을 나에게 떠넘겼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굉장히 불쾌했다. 알면서도 반납하는 사람마다 그런 요구를 했다면 악의가 의심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자동차 바퀴는 보도블록이나 턱 때문에 운전자도 잘 모르게 긁히는 경우가 많다. 렌트카 대여 시에 휠과 타이어도 면책에 포함되는지 꼭 확인해야 하며, 휠과 같은 소모품은 대개 포함되..

생활 2022.09.02

리갈하이와 현실의 언더도그마

일본 후지TV의 '리갈 하이(Legal High)'가 첫 방영한 지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 시즌1(2012)과 시즌2(2013), 스페셜1, 2까지 모두 챙겨보며, 성장한 여주인공의 모습이 기대되는 시즌3를 기다렸지만 캐스팅 문제 등으로 번번이 불발되었다. 핵심 주연이 긍정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고 2021년에는 제작 예정이라는 뉴스까지 나왔지만 곧 삭제된 것으로 봐서 현실적인 문제가 산재해 있었고 이제는 아예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리갈하이는 주연 사카이 마사토가 "코미카도는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남자"라고 했을 정도로, 가벼운 코미디로 접근하게 되지만 속은 매우 깊은 작품이다. 유치하고 독선적인 개개인의 정의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녹아있어서, 자신의..

리뷰 2022.09.01

알포인트 vs 남극일기

금단의 영역에 호기롭게 갔다가 예전에 그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들과 같은 전철을 밟아 하나둘씩 제거되거나 자멸하며 결국 대원 전체가 증발해버리는 매우 비슷한 플롯의 두 영화지만 흥행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지를 받았다. 알포인트는 저예산임에도 밀리터리 공포물의 대표작에 등극한 반면, 남극일기는 최근에 재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당시로서는 블록버스터급의 예산을 들였는데도 평단과 관객에게 괴작 내지 졸작 취급 받으며 돈을 어디에다 쓴지 모를 것 같은 영화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비슷한 발상으로도 디테일과 연출 역량에 따라 천양지차를 보인다는 점도 있지만, 알포인트에 비교해서 남극일기에서 유독 돋보이는 단점은 치밀함과는 거리가 먼 산만한 전개에, 눈보라 속에서 덜덜 떨면서 중얼거리는 대사..

리뷰 2022.08.24

도쿄는 여름 피해서 가세요

방한 여행객에게 한국=서울이라는 관광 이미지와 달리 일본은 지방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 도쿄는 시골 사람이 상경해서 사람 구경하는 느낌으로, 일본의 수도를 방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솔직히 서울이 여행하기는 더 편리하다. 코로나 이전까지 일본 여행이 한창일 때,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도쿄를 많이들 갔는데 생각보다 습하고 무더운 기후에 아연실색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도쿄의 크기는 경기도 전체 수준으로 굉장히 넓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걷고 또 걸으며 땀과 사람에 치이면서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일본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왔는데 이런 날씨, 인파와 사투를 벌이며 고행의 길을 걷다 보면 '현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국인이 서울을 '여행'하지 않듯이, 비록 ..

여행 2022.08.22

장난감 기부 재활용 리퍼브 리사이클

"미미의 집" 세트를 비싸게 주고 샀는데 자그마한 가재도구부터 의자 탁자 등 가구까지 다 어디 갔는지 없고 지금은 집과 미미만 남아있다. 이런 식으로 사 모은 장난감만 해도 수백만원은 되는 것 같은데 잠깐 갖고 놀다가 창고에 방치해두거나 버린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의 변덕스러운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까지는 좋지만 각 가정당 누적된 양으로 보면 장난감은 범지구적인 낭비의 표본이다. 또한, 출산율은 역대급으로 줄어드는데 완구 산업은 캐릭터 로열티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린이 방송에서는 광고가 쏟아지고,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회차별 캐릭터를 계속 생산해내서, 몰입한 아이는 그것을 계속 모아간다. 장난감을 이용하는 키즈 유튜브 채널도 많고,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면 장난감 코너를 피해 ..

생활 2022.08.19

아이를 위한 경주 여행지 5

목차 1. 경주버드파크 2. 뽀로로 아쿠아빌리지 3. 경주엑스포대공원 4. 코코고양이카페 5. 경주월드 (부록) ※ 폐업된 곳 1. 경주버드파크 (동궁원)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동물원을 접하기 쉽지 않은데, 경주버드파크처럼 새를 테마로 한 대규모 체험형 동물원은 전국적으로 흔치않다. 경주에 다른 실내 동물원이 여러군데 있지만 동궁원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규모도 크고 다양한 동식물이 많고 알차다. 동궁원이라는 이름은 동궁과 월지에서 희귀한 동식물을 키웠다는 역사적인 기록(한국사 최초의 동식물원)과 관련있다. 그리고 새와 동물들이 추위를 타므로 온실로 되어있는데 여름에 사람 많을 때는 장소에 따라 덥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용을 꼭 2번씩 반복하던 텔레토비처럼 유아들은 한 번 재밌는 것을 경험하면 ..

여행 2022.08.18

울산 장생포 웰리키즈랜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방대한 면적에 걸쳐 관람 및 체험 컨텐츠가 마련되어있는 테마파크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고래박물관 주차장 입구에는 만성적인 정체가 이어지는데, 황금연휴에 돌고래를 보러 찾아갔다가 차량행렬을 보고 아이의 요청에 길 건너편에 있는 웰리키즈랜드로 급선회했다. 주차하기가 난감한데, 베스트는 키즈랜드 바로 앞과 주변 노상주차장이지만 운이 따라줘야 할 정도로 자리가 빠듯하다. 두 번째는 고래박물관에 주차하고 고래생태체험관 등을 둘러보고 (주차권 받을 수 있음) 길을 건너가 웰리키즈랜드에서 놀고 가는 것인데, 주차공간이 많지 않아 주말, 공휴일에는 차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골목 2차선 도로를 들어갔다가 언덕 위에 숨어있는 주차장을 찾았는데, 차가 별로 없어서 바로 주차할 수 있고, 화..

여행 2022.08.16

스스로를 높이는 이상한 자기소개

대학 교수는 그래도 식자층에 속하는데, 그중 어떤 교수가 "교수님한테 언제든지 물어봐", "교수님이 볼 때는" 하며 스스로를 계속 "교수님"이라고 자칭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니면 예의라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강의를 들을 때마다 계속 거슬렸고 그 사람을 저절로 피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부터 이어져온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피아에 대한 구분과 지칭에 대해 아이들이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교육상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고등교육에서도 당연하다시피 "선생님"이라고 자칭하는, 그것이 낯 뜨거운 것인지 모르는 교사들이 꽤 있다. 교육과정에서부터 스스로를 높이는 이상한 표현이 당연시되다 보니, 보고 배운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본인을 "OOO과장입니다", "X..

에세이 2022.08.12

북한에는 강경파가 없다

북한 관련 영화, 소설 등 픽션이나 역사물, 심지어 공신력 있는 보도 취재 영역에서까지 북한 체제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인데, 마치 권력공동체가 있는 것처럼 권력 실세가 군부 강경파라는 한심한 추측과 묘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반세기에 걸친 철저한 숙청작업과 감시체계로 북한 권력구조에는 XX파, OO파와 같은 세력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가 대외에 존재를 드러내어 전면에 나선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을뿐더러, 설사 간혹 보이는 사람들은 사후 지도자의 책임회피를 위한 총알받이 역할일 뿐이다. 강경세력 중에 ..

에세이 2022.08.11

한옥과 조선 지배층

나는 조선 왕조와 지배층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세계 각지의 중세시대가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조선 중후기에 이르자 사대부의 권위도 자연스레 떨어지기는 했지만,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유럽은 제쳐두더라도 바로 옆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이씨 조선은 지금의 김씨 조선처럼 극도의 폐쇄성으로 시대적 변혁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해서 기득권 유지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운이 어찌 되든 말든 사치와 매관매직을 일삼는 것을 보다 못해 들고일어난 백성을 때려잡으려고 외국 군대를 동원하고, 피지배층이 수탈과 강제징용으로 끌려갈 때 왕족은 나라를 넘기는 대가로 호의호식했다는 사실에서는 동정의 여지도 없게 만든다. 조선의 기와집은 양반가의 겸손함이 묻어 나온다고 자화자찬한다. 나는 그것을 미개..

에세이 2022.08.10

가치투자 전도사들은 어디 갔을까

2020년 코로나 대 반등 시기 TV 강연 프로그램에 많이 나와서 투자 전도사로 활동했던 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화려한 언변으로 수많은 새내기 투자자를 주식판으로 끌어들였다. 집 팔고 주식 사라 돈이 일하게 해라 우량주 잘 골라서 계속 사면 된다 예능 프로에는 한국의 워런 버핏처럼 소개되어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졌는데, 그때마다 의문점이 재산이 얼마인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었고 절대 알려주지도 않았다. 미국의 워런 버핏은 구체적 자산과 보유종목, 수익률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어 가치투자의 전설로 만인에게 저절로 증명이 되는데, K-워런 버핏은 어느 날 갑자기 인플루언서처럼 나타나 돈 많이 벌었다는 두루뭉술한 자기소개가 전부였다. 주식 계좌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에게 그의 강연은 입문을 유도하는 교양서가..

투자 2022.08.05

제주 종달리 엉불턱 우도 전망대

종달리 전망대 주변은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이며 접근성이 좋아 드라이브나 식사 전후에 둘러보기 제격이다. 저녁에 갈치조림을 먹으러 갔다가 식당 바로 옆에 전망 좋은 해안 둘레길이 있어서 산책을 했는데 '불턱'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불턱은 해녀들이 진출입하는 해변에 바위나 움푹 파인 곳 또는 돌로 쌓아 탈의실 겸 휴식장소를 만든 곳이다. 해녀들이 물질하고 나오면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 하므로 말 그대로 '불을 피우는 턱'이다. 엉 불턱과 족은 영산이 왓 불턱은 종달리 우도전망대의 바로 옆에 있는데, 자연 불턱이라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해녀 휴게 시설이 현대화되었기 때문이다. 해변의 검은 돌을 자루째로 담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변 주민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만약 그분들..

여행 2022.08.04

천년의 숲 비자림

제주 비자림은 약 천년 전 자연 형성된 비자나무 숲이다. 비자림 탐방로는 마치 정글을 탐험하는 느낌이며 수백년 된 고목들의 원시적인 모습으로 채워져 볼거리가 많고, 제주도 만의 희소성 있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비자나무는 제주도, 일본과 한반도 남해안 지역에 서식하며, 제주 비자림에는 수령이 300년에서 많게는 800년으로 추정되는 2800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오랜 세월을 품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자나무는 가공이 쉽고 미려해서 가구, 장식품 등으로 활용되는데 바둑판으로는 최고급 자재이다. 그로 인해 상업적 벌채가 이뤄졌었고 지금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 관심종(LC)이며, 제주는 물론 전국 각지의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어 이제는 목재로는 구하기 ..

여행 2022.08.03

제주 사려니숲

여름 휴가철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특히 일본이나 동남아 수요가 제주도로 많이 몰렸다. 불쾌지수 높은 상황에서 어딜 가나 북새통이라 짜증스럽고, 비싼 숙소와 렌터카, 바가지 입장료에 밥값도 비싸고 대접도 시원찮은데 해외보다 더 많이 돈이 든다. 5천만의 관광 수요에 비해 제주도는 너무 좁고 한정적이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날씨와 사람에 치이는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등 직사광선을 맞이하는 곳은 가지 않거나, 지나가는 길에 잠깐 내려 먼발치에서 인증사진만 찍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로울 것이다. 사려니숲길은 여름 낮 제주에서 알려진 여행지 중에서 가장 쾌적한 야외이자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일종의 등산로지만 경사가 거의 없으며 어른 아이 불문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할 수 있는 피서지이..

여행 2022.08.01

화려한 일족 (2007)

실패한 기업가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만 보면 무리한 차입과 안전을 도외시한 무모한 공기단축으로 실패한 사례의 귀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금수저에 든든한 정재계 연줄과 자본을 가지고도 주인공은 실패했고, 선대 회장을 닮아서 추진력이 있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준 점은 신선했다. 급속도의 경제성장으로 IMF를 겪은 한국이나,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처럼, 현실 경영에서도 말이 좋아 추진력이지, 그 추진력이 낳은 똥을 치우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할아버지 밑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아버지는 아들의 저돌성을 경계하고 일깨우려 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만들어라 팔릴 것이다 경영자는 이런 무대포(むてっぽう, 無鉄砲) 정신만으로 일사천리 진행부터 시키고 보는 ..

리뷰 2022.07.26

렉카 유튜버들이 유희열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

어떤 이슈가 뜨면 여러 사진 뉴스 등 소스를 짜깁기해서 이게 동영상인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인지 모를 영상을 만들어 그럴듯한 낚시성 제목과 썸네일을 달아서 조회수와 수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XX의 눈물", "OO의 고백" 처럼 가십성 있고 자극적인 썸네일을 보고 들어가면 창작이나 특종은 전혀 없고 그냥 뉴스 내용 읽어주는 수준이며 제목과 거의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사이버렉카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견인비 챙기려고 역주행하면서 앞다투어 달려드는 렉카차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미국이 북폭한다는 허위 선동을 하거나, 얼마 전에는 아예 유명인의 사망설을 날조하는 등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유희열의 표절에 관련해서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던 렉카들이 이슈가..

에세이 2022.07.25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

도쿄 아사쿠사의 센소지가 유명한 이유는 수도의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조계사나 봉은사 쯤 되지만, 관광지로는 덕수궁이나 창경궁같은 포지션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수많은 인파의 외국인들의 필수코스로 발 디딜 틈이 모자랐다. 아사쿠사(浅草)의 센소지(浅草寺)는 한자가 같지만 읽는 방법이 다르다. 원래 불교 관련 명칭은 음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교토의 키요미즈데라(淸水寺)처럼 가끔 예외도 있어서 처음에 한자만 보고 '아사쿠사데라'인 줄 알았다. 그리고 아사쿠사 신사가 바로 옆에 있어서 신사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센소지는 도쿄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래된 절이며 다른 별칭으로 아사쿠사 칸논(観音)이라고도 불린다. 목조 건물은 환경적 요인으로 오래 보존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의 여느 전통 건축물처럼 센..

여행 2022.07.24

싫어할 자유를 달라

어쩌라고? 내가 할 말을 왜 저들이 할까. 당신들이 뭘 입든 뭘 하든 관심이 없는데 왜 어쩌라면서 하루 종일 광고에 나오는지 볼 때마다 지친다. 내 본능은 눈을 돌리고 화면을 손으로 가리고 채널을 바꾸게 되는데 뭘 어쩌라고. 좋다, 싫다는 원초적인 감정은 개인의 자유다. 인간의 DNA는 더 나은 유전자를 찾아 번식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러한 본능을 무분별하게 절제하지 못한 행동이 문제인 것이지, 개인의 감정 및 주관과 내면의 가치판단까지는 제한할 방법이 없으며 누구도 심판할 자격이 없다. 내 기준에는 남성성이 뚜렷한데도 여장하는 것, 고도 비만인데 심한 노출을 하는 행위, 그로테스크한 성적 복장 등은 본능적 거부감이 든다. 그것이 직접 눈앞에 있든, 예술이든, 영화, 사진, 광고이든 간에 상관없으며, ..

에세이 2022.07.21

견훤의 한계와 결자해지

자신이 개국한 나라를 자신이 공격하여 멸망시킨 전 세계 유일무이한 족적을 남긴 견훤은 말단의 맨손 무장에서 출발해서 순수 본인의 능력만으로 왕조까지 창업한 까닭에 역발산기개세의 패왕이 연상되는 선망적 캐릭터이다. 호남과 영남의 비옥한 지역을 토대로 한반도 최대 세력을 구축한 그가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전국시대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것은 억울해 보인다. 서라벌 침공 같은 외부적인 문제 외에는 딱히 내부적으로 폭정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믿었던 혈육과 신하들의 배신 때문에 평생을 바친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참담함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배신의 희생양 견훤 1. 아들(신검): 아버지인 자신을 폐위 2. 아버지(아자개): 적국(고려)으로 귀순 3. 신하(공직, 능환 등): 배신 및 반역 ..

에세이 2022.07.19

풍력 친환경 테마? 본질은 굴뚝산업

공장을 만드는 공장, 산업 플랜트 제작은 굴뚝산업에 속한다.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가공 용접하고 그라인딩하고 페인트 칠하는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자 공해산업이다. 자연보호를 위해 각종 유해물질을 포집, 여과, 분리하는 환경플랜트 역시 제작하는 과정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으로 태양력, 풍력 발전 테마가 호황을 맞았었는데, 한국에도 풍력 관련주들이 친환경으로 분류되어 한때 급등세를 보여주었다. 어떤 기술력이 있는가 살펴보았는데, 세계 1위라는 분야는 타워였다. 타워 제작은 품질관리 수준이 중요할지 몰라도 딱히 기술력과는 거리가 먼 파트다. 철판 둥글게 말아서(밴딩), 용접하고 페인트 칠하는 과정이 거의 전부이며, 일반적인 굴뚝(타워, 스택), 관(덕트) 제작 과정과 동일하다. ..

투자 2022.07.14

번아웃과 무기력을 대하는 자세

많은 일을 그만두면 됩니다. 많은 일 때문에 번아웃이 왔는데 많은 일을 계속하면서 무기력증을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하는 등 스트레스 푸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뭘 해봤자 다 임시방편일 뿐이죠. 일을 줄여라? 그게 줄인다고 줄여졌으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욕심을 버리고 반야심경을 외우며 가까운 산에 올라 암자를 찾아 108배를 한 후 인생무상 공수래 공수거를 깨닫고 다음날 회사에 가서 사표를 제출하십시오. 사직서에 대한 반응 첫번째, 갑이 될 경우 본인의 능력이 출중하여 대체불가의 에이스일 경우 회사는 조건을 들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만류할 것입니다. 일 욕심이 있다면 연봉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여 금융치료를 받는 것이 정신건강에 가장 좋습니다. 또한 근무시간 등의 조건을 조정할..

좋소랩소디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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