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만드는 공장, 산업 플랜트 제작은 굴뚝산업에 속한다.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가공 용접하고 그라인딩하고 페인트 칠하는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자 공해산업이다. 자연보호를 위해 각종 유해물질을 포집, 여과, 분리하는 환경플랜트 역시 제작하는 과정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으로 태양력, 풍력 발전 테마가 호황을 맞았었는데, 한국에도 풍력 관련주들이 친환경으로 분류되어 한때 급등세를 보여주었다. 어떤 기술력이 있는가 살펴보았는데, 세계 1위라는 분야는 타워였다.
타워 제작은 품질관리 수준이 중요할지 몰라도 딱히 기술력과는 거리가 먼 파트다. 철판 둥글게 말아서(밴딩), 용접하고 페인트 칠하는 과정이 거의 전부이며, 일반적인 굴뚝(타워, 스택), 관(덕트) 제작 과정과 동일하다.
단순 인건비 싸움이라 한국에서는 사양화되었고 중국 및 베트남 등지로 넘어간 상태이며 풍력 타워도 대부분 이들 해외에서 제작한다. 또한, 도장 공정의 유독성 물질과 폐기물, 용접가스, 소음, 분진 등 환경오염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풍력발전의 핵심 기술력은 베스타스, 지멘스 등이 장악하고 있고, 블레이드와 타워는 저들이 주는 도면 받아서 인력 투입해서 뽑아내는 단순 하청의 역할이다. 제작과정이 친환경도 아니고 기술 및 혁신과도 거리가 먼 사양산업인데 단지 풍력 테마에 엮여있는 것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발주처만 풍력회사일 뿐, 개발도상국 저임금 인력을 활용한 단순 구조물 제작이 사업의 본질적인 면이라는 점에서 볼 때 친환경이 아니라 플랜트 제작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품질과 납기에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플랜트 제작업 카테고리 내의 사항이다. 저가 경쟁에서 언제든지 추월당할 수 있는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가치투자를 하기에도 고평가를 부여하기도 애매하다.
같은 노동집약적 개도국형 산업인 조선업은 국내 다수 노동자들을 부양하는 관계로 거의 기간산업의 지위로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접근성이 쉬웠던 플랜트 산업은 2000년대부터 계속 도태되었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많이 사라졌다.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받지만 그렇다고 수주잔고가 시클리컬하지도 않고 경쟁과 변수도 많아서 안정적인 사업 영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인 조선 3사조차 미래 먹거리로 해양플랜트를 점찍었다가 수주공백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회사가 휘청이면서 한국 경제 전반이 심각한 후폭풍을 맞은 전례가 있다.
굴뚝산업도 누군가는 해야 하므로 시장을 장악하고 고부가가치를 확보한다면 나쁠 게 없다. 다만, 친환경 테마의 특수를 노리는 한국의 플랜트 기업들에 대한 투자 마인드는 신성장 섹터와 같은 기대감보다는 건설, 조선 등의 경기민감주처럼 타이트하게 접근하는 것이 차라리 투심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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