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물적분할, 중복상장 폐해 - 차등의결권 필요하다

moonstyle 2022. 6. 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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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시대의 도래로 2차전지가 성장 섹터의 대표주자로 떠오르자 관련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려고 해외 공장 신설 및 증설에 막대한 투자에 나섰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너도나도 IPO에 나섰고 LG에너지솔루션은 다른 기업에 투자된 자금까지 다 빨아들이며 2022년 1월 코스피 폭락의 주 요인이 되었다.

 

우량기업의 오너에게는 투자금이 늘어나는 것보다 경영권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렇다고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돈이 필요한데 투자를 안 받는 것도 문제이므로, 한국의 기업가들은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쪼개서 중복 상장시키는 편법을 쓴다. 자신의 지분율은 변함없이 투자금만 추가로 받으며 기업집단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투자금을 받을수록 회사는 커지지만 오너 지분이 줄어들고, 1주당 1표인 한국에서는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자회사를 만들어 투자금을 받으면 지분에 영향이 없으니 문어발처럼 확장하면 된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이 빠져나가면 기존 회사의 미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주주들은 평가절하로 손해를 입는데 이것이 물적분할이다. 이와 달리 회사를 분할하는 비율에 따라 구회사와 신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함께 부여하는 인적분할을 한다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많이 확보하려면 물적분할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주주보다 투자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기업 분할에 의한 폐해를 막기 위해 해외처럼 중복상장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마냥 기업가를 욕할 수도 없는 것이 창업과 성장의 공로를 인정해주기는 커녕 투자를 받을 수록 경영권을 뺏기는 위험에 처한다면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키울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 기업은 자선사업식으로 운영될 수 없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정신의 훼손이야말로 한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모든 사람은 토사구팽 되기 싫어한다

 

분할보다 그 목적인 중복상장이 문제이며, 이를 막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차등의결권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구글 주식은 알파벳A, B, C로 나눠져 있고 비상장인 알파벳B는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구글의 창업자는 알파벳B를 갖고 있으므로 지분율 희석에 따른 경영권 위협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전 세계 투자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대표는 상장 당시 지분율이 10%에 불과했지만 의결권은 76%에 달했다. 1주당 30배에 가까운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한국에서만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미국에 상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는 구글이 그렇지 못한 한국에 상장되어 있었다면 구글, 유튜브, Ads, 플레이, 게임, 모바일, B2B, 클라우드 등이 각각 여러 회사로 분할 상장했을 것이고 기업 간 평가절하의 피해는 주주들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따로 상장만 하지 않으면 자회사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한국 주식은 우량주도 장기투자하면 안된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꾸준히 우상향 했던 해외 우량주들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중복 상장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면 언제 또 분할할지 모르고, 비슷한 사업부문에 결국엔 같은 경영자 밑에 있는 회사가 따로 나눠져 있으니 지주사나 중간지주는 항상 저평가를 받는 것이 궁극적으로 '박스피'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기업 분할 및 중복 상장 구조는 오로지 오너 대주주만을 위한 것이며, 가치투자를 미덕으로 여기는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데 개개인의 도덕성에 언제까지 의지하고 강요할 수 없으며, 주주 가치의 극대화와 기업가 정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중복상장 금지와 함께 차등의결권 제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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