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은 옥산서원이 유명하여 서원만 다녀가는 경우가 많은데,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국보 제40호 정혜사지 13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서원 뒷 길로 어느 정도 이동해야 하고 시골 구석에 자리 잡아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석탑은 주변의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와 바닥에 깔린 은행잎들의 향연이 혼자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착각에 들게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은행 단풍은 11월에 절정을 맞이하고 낙엽으로 떨어져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 오래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이곳에 자주 오기 어렵다면 단풍 타이밍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탑 하나만 덩그러니 있어서 소외될 수 있는 곳이지만 가을 만은 특별한 판타지의 장소가 되며,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나만의 가을 테마 촬영 장소로 찜해둔 곳이기도 하다.
신라시대 유일한 13층 석탑이며 다른 예를 찾기 힘든 독특한 형태와 미적 가치로 국보 40호로 지정되었다. 1층의 크기에 비해 나머지 상부층들이 작아서 비율이 안 맞게 보이는데, 제작 중에 컨셉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꼭대기 위가 허전해 보이는데 원래 여느 탑들처럼 머리장식이 있었다가 도굴꾼에 의해 훼손, 분실되었다고 한다.
정혜사지 주변 길은 차 2대가 못 지나가는 농로처럼 좁고 주차할 공간이 아예 없으므로, 가까운 독락당에 주차하고 걸어갈 것을 추천한다.
옥산서원 앞을 지나는 옥산천의 가을 풍경이 수려하고 서정적이므로, 서원을 둘러보고 계곡을 따라 독락당과 정혜사지까지 걸어서 산책하며 둘러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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