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문무대왕면의 원래 명칭은 양북면이었다. 양남면은 원자력발전소 경제 기반에 주상절리 해변과 울산과 가까워 관광객 접근성이 좋았던 반면, 양북면은 경주에서 동해안으로 가기 전에 거쳐가는 산간오지로 인지도가 미흡했다.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도로망이 없어서 고부랑길로 토함산을 넘어 가야하는 각오를 다져야 했는데 그 험난한 고개를 추령, 관해동(가내동)이라 불렀다.
경주가 행정구역이 넓어 동해안 도시지만 실제 시내에서 동해로 가기에는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만큼 험난했다. 추령터널이 완공되자 조금씩 숨통이 트인 당시 양북은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동경주IC가 생기고,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을 유치하며 그를 위한 불국사-감포까지 잇는 토함산로의 개통까지 지난 20년간 사정이 변했다.
동해고속도로 문무대왕1터널은 7.5km로 전국에서 3번째로 긴 터널로, 고속도로 건설 역대급 난공사라 할 정도로 지세가 험난하여 수년간 공사가 지체되었는데, 그만큼 현재 문무대왕면은 그 위치를 극복하고 장족의 발전을 했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할 만큼 접근성이 좋아졌으며 명칭도 바꾸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문무대왕릉
사실 문무대왕릉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팜플렛만 보고 보기드문 해상 왕릉을 기대하며 갔다가는 그 실망감이 클 것이다. 당시 기술로 수중 토목공사와 정교한 구조물을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현대 조사에서도 하부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유골이 안장된 왕릉이 아니라 신라 왕실에서 유골을 뿌린 곳에 가묘 형식으로 의미를 붙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문무대왕에 대한 역사적 공감대와 의미 부여가 없다면 그냥 멀리 보이는 연안의 바위가 전부일 정도로 볼거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각 지역마다 바닥에 바다가 보이는 해상 데크인 스카이워크가 유행인데 이것을 대왕릉까지 이어서 후손들이 동해를 지키고자 했던 선조의 의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이자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감은사지
문무대왕의 전설이 전해져내려오는, 석가탑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2개의 석탑이 매력적인 감은사지. 이렇게 규모가 큰 탑은 우리 문화재에서 드물고 아름답지만, 문제는 문무대왕릉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전부라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까지 오는 수고에 비해서 평범한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질 정도로 탑만 남아 있는 절 터와 주변에는 논 밖에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외국인에게서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낀다.
골굴사
감은사지에서 차로 북쪽으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자, 선무도 총본산으로 알려진 골굴사(골굴암)가 있다. 인공 석굴로는 한국의 대표 석굴암이 유명하지만, 골굴암은 12개의 자연 석굴의 석회암을 깎아 만든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이는 둔황석굴처럼 중국이나 인도에서 많이 보이는 양식인데, 한국은 화강암이 대부분이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산의 절벽 전체를 장식한 골굴암은 그 감회가 놀랍다.
아슬아슬한 절벽을 타고 마애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아찔한 절벽 꼭대기에서 바람이 불면 정말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다. 줄을 잡고 가야하는 곳도 있고 해서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어린아이, 노약자는 자칫 위험할 수 있으므로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골굴사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오후 3시마다 (월요일은 휴무) 빠지지 않고 열리는 선무도 공연이다. 선무도는 한국 불교에서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수행법으로 골굴사가 총본산이라 외국인들이 수련을 위해 많이 찾는다. 예로부터 스님들은 호국정신으로 앞장서서 임진왜란에서도 승병으로 활약했고, 이러한 전통 무술이 그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기림사
골굴사 근처에 차로 약 10분 정도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기림사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사찰로, 옆을 지나가는 개울이 단풍을 거울처럼 비춰 가을의 절정을 완연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근래에는 가뭄으로 물이 많이 말라서 예전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사찰 자체가 단풍나무 숲에 꼭 안겨져 있는 느낌으로 규모가 제법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으며 템플스테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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