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개 짖는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는 한국

moonstyle 2022. 6. 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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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시작

조용한 동네에 10년 이상 살다가 어느 날 옆 집에 독신 남자가 이사 왔다. 셰퍼드와 진돗개가 그 집에 들어왔고, 개 두 마리는 90데시벨 이상으로 밤낮을 불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댔으며, 단독주택 사이 벽을 타고 더 크게 울렸다.

 

제일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밤과 새벽시간대였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겨우 잠들더라도 또 짖기 시작하는데, 특이한 점은 시작하면 최소 1시간에서 5시간까지 논스톱으로 짖는다는 것이다. 절대 과장이 아니고 분명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버릇처럼 계속 짖는다. 주인이 새벽 3시~4시에 출근하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그때부터 오전 9시까지 짖었을 때도 있다.

 

결국 나는 스트레스와 불면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난생처음 안면마비 증세가 왔다. 한쪽 얼굴이 움직이지 않아 밥먹을때도 애를 먹었고 두 달 정도 스테로이드 약과 물리치료와 침까지 맞으며 고생한 끝에 나아졌지만 아직도 웃을 때 눈이 감기고 비대칭이다.

 

 

 

대화

1차 대화를 시도해봤다. 개 주인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신념을 드러내면서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줘서 몰랐다며, 개가 낯선 환경에 와서 그러니까 조용히 시키겠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결국 며칠 가지 못했다.

 

다른 옆집 아저씨도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아저씨한테는 곧 개를 처분할 것이라고 했다는데 2년째 그대로다. 수면유도제로 버티다가 몇 달 후, 2차 대화를 했다.

 

이번엔 표정이 좀 뚱하다. 혼자 살며 개를 너무 사랑해서 (이 사람은 개를 데리고 단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놔둔다) 처분은 못하겠고, 집을 내놨고 곧 이사 갈 것이니 조금만 참아달라며 최대한 조용히 시키겠단다. 그동안의 대화 스타일을 보고 절대 믿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으니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민원

그사이 몇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항상 복사 붙여넣기 답변이었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 현행법상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6호(인근소란 등)에 규정된 것은 사람의 조작에 의한 소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개 짖는 소리는 사람의 조작 또는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한 것이 현 실정입니다.

나. 다만 개 짖는 소음에 대해서는 주택법 및 동법 시행령 등에서 입주자들이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정해서 자율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시군구 등 자치단체에서 과태료 부과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이 없으며, 이 또한 공동주택(아파트 등)에 적용되는 규약이며, 단독주택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 법에 앞서 이웃간 어렵고 불편한 점을 대화로서 해결하여 원만한 이웃관계를 유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방법 없으니 네가 좀 참던지 대화로 알아서 해봐라

 

 

괜히 골치 아픈 남의 사정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잘 전달되었다. 대화로 해결되면 그 집에서 개를 키우지 않으며, 아무리 좋게 이야기를 해도 유효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개 짖는 소리가 왜 사람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닌지, 유권해석이 왜 불가능한지 의문이다. 현행법상 개는 사유재산이고, 주인이 개를 데리고 있지 않으면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데 무슨 해석을 저렇게 하는 것일까.

 

계속 큰 소리가 나는 고장난 앰프를 갖다 놓아도 (사람의 조작 불가)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소음에 관대한 한국

한국은 소음 관련한 법과 처벌과 인식이 미미하다. 피해를 받는 사람을 유독 예민한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경범죄에 분류되어 실효적 제재가 어려우며, 법령이 미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송을 걸어도 원하는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선거철만 되면 시끄러운 앰프가 온 동네를 울리고, 전현직 대통령 집 주변에서 고성방가 하며 후원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제재를 못하는 것도 소음에 대해 매우 관대한 법과 집행 때문이다.

 

 

 

남의 동물까지 사랑하지 않는 피해자가 떠날 수밖에···

아파트 층간소음을 떠나서 조용한 전원 생활을 꿈꾸며 경기도 외곽에 주택을 마련했다가 애견인의 증가로 인한 개 소음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심지어 최근에 개 소음에 항의하다가 살해당한 경우까지 있다.

 

'개 7마리 소음 항의하다'…이웃 휘두른 흉기에 40대 예비신랑 숨져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방범' 개념으로 기르는 경우가 많아 짖는 것을 독려하고, "뭘 이런 일로 찾아와서 따지냐" 하며 남의 피해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시비건다고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앞으로 법적으로도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성대수술이나, 개 짖음 방지 목걸이 등은 견권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동물단체에서 반대한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일이지만 '그깟 소음 따위는 사소한 문제' 라는 인식,  '예민하고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문제' 라는 인식과 함께, 애견 인구가 많아 섣불리 법 개정이나 발의에 나서지도 않는다.

 

학폭 피해자가 전학을 가듯이 한국에서는 피해자가 조심하고 도망가야 한다. 소음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사 가는 것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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