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야만 하는지 불만이 가득한 채 걷고 또 걸었다. 발가락 한쪽 구석에 자라고 있는 물집과 감지 못한 머리에서 흐르는 가려움, 앞사람 짐에서 걸리적거리는 소리까지 신경질적으로 만드는 어딘가에서는 상욕을, 먼 이국에서는 환호를 주고받는다. 어찌 보면 비슷한 여정인데 한쪽은 고난의 행군이고, 다른 한쪽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트레킹이다. 군대에서 시켜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수십km를 걷는 것과, 눈 덮인 봉우리를 보려고 머나먼 타지까지 굳이 찾아가는 것의 차이는 오로지 의식을 지배하는 감정이라니, 원효대사의 해골물에 비견될 만하다. 히말라야 다큐멘터리를 보고 패셔너블한 감정에 휩싸여 강제 징용 당시의 행군은 까마득히 잊은 채 무작정 여행사를 통해 네팔로 날아갔다. 만년설의 풍광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