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 사려니숲

moonstyle 2022. 8. 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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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특히 일본이나 동남아 수요가 제주도로 많이 몰렸다. 불쾌지수 높은 상황에서 어딜 가나 북새통이라 짜증스럽고, 비싼 숙소와 렌터카, 바가지 입장료에 밥값도 비싸고 대접도 시원찮은데 해외보다 더 많이 돈이 든다. 5천만의 관광 수요에 비해 제주도는 너무 좁고 한정적이다.


 

사려니숲에서 본 하늘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날씨와 사람에 치이는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등 직사광선을 맞이하는 곳은 가지 않거나, 지나가는 길에 잠깐 내려 먼발치에서 인증사진만 찍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로울 것이다.

사려니숲길은 여름 낮 제주에서 알려진 여행지 중에서 가장 쾌적한 야외이자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일종의 등산로지만 경사가 거의 없으며 어른 아이 불문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할 수 있는 피서지이다. 숲길은 이어져있으므로 양방향이며, 차를 이용한다면 주로 1118번 지방도(남조로)에 있는 붉은오름 입구로 가야 한다.

 

 

사려니숲 붉은오름 입구

 

 




별도 입장료는 없고, 입구 주변에 노상 주차장이 있지만 공간이 많지 않아 양 길가에 보이는 대로 주차해야 하며, 보도블록이 없고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곳이라 위험하니 주차 진출입, 승하차 및 도보 이동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일단 입구에만 들어서면 동화처럼 다른 세상에 진입하게 된다.

 

 

 



방문객이 많기는 하지만 숲이 넓어 나무 그늘과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산책로 정비가 매우 잘되어 있고 삼나무 피톤치드 향이 마스크 너머 느껴질 정도로 삼림욕에 제격으로, 여름 날씨와 인파로 인한 스트레스와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갈 정도로 제주도 여행 중 유일하게 더 머물고 싶었던 곳이다.

 

 

 

 

 

 

나무 데크길이 미로처럼 여러갈래로 나있지만 하나로 이어지므로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줄기가 대나무처럼 길게 쭉 뻗어있고 키가 커서 햇빛을 잘 가려주고 바람이 잘 통한다. 일본에는 이런 삼(스기), 편백(히노끼) 숲길이 아주 흔한데 인적도 드물어서 숲과 인간의 한가로운 조우를 통해 치유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도의 삼나무 숲도 일제시대에 인공 조성된 것으로 이렇게 조경용이나 벌목용으로는 괜찮지만, 햇빛을 다 가리고 뿌리가 깊지 않아 주변 생태계나 산사태에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한다.

 

 

 

 

 

 

 

 

 

호끌락 숲속책장

 

 

 

숲과 동화책은 참 잘 어울린다

 


한국의 흔한 소나무가 일본에서는 삼나무라고 보면 된다. 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이국적인 풍광을 즐기는 것이지만, 일본에서는 흔한데 비슷한 거리의 비행기를 타고 가서 고물가와 교통체증, 주차난 및 인파를 헤치고 겨우 체험해보는 것 같은 기분은 좀 묘하다. 인당 2만원이 넘는 입장료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곳들도 많았는데, 유일하게 입장료가 없었던 사려니숲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인간에게 안식처로써의 숲이 곁에 있는 것은 큰 축복이며, 잘 정비된 숲길은 자연 그대로의 테라피를 선사한다. 그리고 먼 제주에 가서야 희소성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을 반복하지 않도록 주변의 숲을 더 많이 찾아가 걸어야겠다는 깨우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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