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국 축구의 저변, 인프라가 과연 부족할까

moonstyle 2022. 12. 1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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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94 미국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늘 그래 왔듯이 1무 2패로 끝나는 듯하다가 조 1위가 확정된 포르투갈의 느슨한 운영으로 살아남았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또 다른 아쉬움은 30년 가까이 지나도록 축구에 대한 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16강 진출이 최종 목표인 것이다.

 

“한국 축구도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의 기량적인 부분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것을 별개로 놓더라도 발전해야 한다”

 

 

 

늘 그래 왔듯이 브라질에 허무하게 패배한 후 귀국한 한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한국 축구의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주목을 받았다. 일본처럼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는 말인데, 뭔가 이상하다. 선수 기량과 왜 별개인 것이며, 시장경제체제에서 인기가 많으면 투자는 알아서 따라오게 되어있는데 말이다.

 

 

 

월드컵은 돈이 알아서 따라붙는다

 

 

한국은 거의 유일무이하게 관제 프로축구리그가 운영되는 나라로, 프로팀에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세금이 연간 947억원에 달한다. 2023년엔 시민구단 2팀이 추가되니 지자체 보조금은 이제 1000억 시대이다. 지자체의 압력으로 반강제로 스폰서하고 있는 것까지 합하면 지금도 이미 천억을 넘어섰으며, 대다수가 공기업이나 시청 소속인 세미프로까지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이렇게 세금 없이는 자생할 수 없어서 나랏돈으로 축구선수, 스태프, 행정가들 연봉이 지급되고 전국 각지 유소년 시스템이 운영되며, 전용구장 및 축구센터는 계속 지어지고 있어, 비인기 단일종목에 대한 공적 지원은 세계 일류급이다.

 

 

 

2022년 K리그 시민구단에 들어간 세금 947억원 (출처=문화일보)

 

 

축구의 전 세계적 위상으로 인한 기대감 버블과 그 충족을 위해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K리그는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십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는 철저한 비인기 종목이다.

 

수익 창출이 처참하여 프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지만, 굳이 존재의 이유를 찾아본다면 궁극적으로는 국가대표팀의 인재 풀이다. 축구 한 종목에 대해 과도하게 집중된 투자의 최종 목적이 국가대표팀의 성적 - 챔피언도 아닌 세계 16강이며 측정이 불가능한 국위선양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원하면 누구라도 축구를 할 수 있고, 과거와 달리 학교에는 잔디까지 깔려있는 곳이 많으며, 전국의 유소년 클럽에는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축구장도 완비되어 있다.

 

프로팀들은 2부 밑으로, 세미프로팀은 4부 밑으로 강등되지도 않아 경쟁에 부담도 별로 없다. 또, 한 때 조기축구회라 불린 아마 축구 동호인 축구팀은 제도권 내로 편입되어 K5, K6, K7 리그에 참가하는 팀만 해도 2022년 기준 1567팀이며, 정식 구장에서 공인 심판과 함께 공식 경기를 치른다.

 

 

 

현재 한국의 유소년축구 환경은 선진국보다 좋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잔디 깔린 축구장, 풋살장은 널렸고, 공과 축구화만 있으면 언제든지 찰 수 있으며, 스포츠토토 수익금도 인기에 비해 과도하게 지급해주면서 정부에서 프로 축구팀, 세미프로팀도 운영해주며 아마팀, 유스팀도 지원해주는 마당에도 여전히 축구계는 유럽, 일본과 비교해서 갈수록 더 요구하며 나랏돈을 화수분처럼 여기고 있다.

 

남미 축구팀은 과연 국가에서 이만큼 지원해줄까. 경제난으로 별 지원도 없는 남미에서 축구는 종교 수준이고 세계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데, 한국의 풀뿌리 축구는 대다수가 별 관심도 없고, 세계무대의 성적도 미미한데 전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 않나.

 

 

 

아프리카의 축구 환경

 

 

한국 축구, 더 나아가 아시아 축구의 저변에 대한 물음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 빈민층 뒷골목에서 축구공 갖고 놀던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환경이 좋아서 저렇게 잘하는 것인가. 월드컵에서 3실점하며 패배한 한국은 축구 저변이 가나보다 나쁘단 말인가.

 

  • 한국의 유소년 팀에는 왜 스카우터가 오지 않을까. 유스팀에 대한 지원은 한국의 교육열까지 더해져 남 부럽지 않은 수준까지 왔는데 왜 별다른 아웃풋이 없을까.

 

  • 일본은 프로리그의 인기도 높고 축구 선진국의 노하우를 흡수하며 30년간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정교하게 연마하며 육성해왔는데 왜 여전히 월드컵 16강이 한계일까.

 

  • 중국은 축구굴기로 한국보다 자금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서 투자도 천문학적으로 하며, 15억 인구 풀까지 있는데 왜 저 모양일까.

 

  • 동양인들은 인구가 많아서 전 세계에 없는 곳이 없는데 환경이 문제라면 왜 유럽이나 남미에서 성장한 동양인 스타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까.

 

 

 

아래는 마라도나가 아시아축구에 대해 인터뷰했다며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이다. (사실무근)

 

누군가 전혀 관계없는 인터뷰 장면을 넣어놓고는 통역 내용을 조작한 것인데, 마치 팩폭처럼 와닿아 유명해졌다

 

 

이쯤 되면 마라도나가 한 말로 조작된 위 짤방의 통찰력이 정확하다고 본다. 비록 유명인의 권위를 빌려 조작한 떠도는 글에 불과하지만, 내용 자체는 팩트폭격에 가깝다.

 

동양인은 선천적으로 축구에 재능이 떨어진다. 이는 인종차별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래도 꾸준히 투자를 해왔으므로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특출난 선수가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재능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태생적으로 유럽인, 남미인 수준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양궁을 세계 톱클래스로 잘한다. 재능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능이 있는 종목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애국가 시청률도 안 나오는 축구 리그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4년마다 고작 목표가 16강인 것도, 이마저 경우의 수 따지며 희망고문 하는 한심한 결과물보다, 재능을 발휘하고 최고의 자리를 수성하는 것이 국위선양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할 것이다. 적어도 나랏돈이 들어간다면 그것이 정의다.

 

 

 

축구에 비해 열악한 환경과 초라한 지원에도 세계최강 자리를 고수하는 한국 양궁 (사진=코리아넷 flickr.com/photos/koreanet/7682350412)

 

 

 

세계양궁연맹은 한국이 양궁을 너무 잘하니까 수시로 룰을 수정하여 견제해왔는데, 축구에 들어가는 돈의 1/10이라도 썼다면 그런 설움은 덜지 않았을까.

 

축구는 전 세계인이 즐기니까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대다수 한국인은 수준 낮고 재미없는 국내 축구 관람 자체를 즐기지 않으며, 전용구장 노래를 불러서 지어줘도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올림픽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만 국가대표에 민족주의적 감정이입하면서 단지 응원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국내 리그는 관심도 없고 스포트라이트는 오로지 국가대표이며 축구를 좋아해서 아니라 소위 국뽕에 취하고 싶은 것인데 종목은 별 상관없는 것이다. 국가 대표 응원 열기는 축구 열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축구 열기가 있었다면 세금 축낸다고 욕먹는 시민구단 따위의 기이한 형태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애국심을 굳이 축구로 표현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사진=코리아넷 flickr.com/photos/koreanet/14494074186)

 

 

왜 그래야만 하는가. 관심도 없는 곳에 오로지 국가대표 선수 풀을 위해 그만한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국가대표를 왜 해야 하고, 월드컵을 굳이 나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까지 생긴다. 16강이라는 성적에 자부심이 생기는 건 자유지만, 국뽕에 취하여 자기만족하는 것 외에 무슨 이득이 있는가. 그래 봤자 열등감과 심술로 일본 지라고, 탈락하라고 저주를 퍼붓는 수준이 상당수 한국 축구 팬의 실체이다.

 

전 국민의 자긍심 고취? 국민 통합? 한국 알리기? 3S 정책, 우민화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이런 실체 없는 결과물은 국민적 허영심과 과시욕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불경기로 살기 어렵다면서 축구에 혈세 들여서 16강 목표하는 것이 전부인 것은 마치 명품백을 수집하고 고급 외제차를 유지하면서 단칸 월세방에 사는 꼴과 같다.

 

 

투자 대비 결과물의 차이는 분명하다

 

한국과 아시아 축구는 분명 발전해왔지만,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은 농구를 못하듯이 축구도 못하며 이는 신체적이고 근본적인 한계로 증명이 되었다. 프로리그의 수준이 높고 유소년 선수가 쑥쑥 큰다면, 물고기 떼가 몰려오듯이 투자는 알아서 따라올 것이며 환경은 저절로 개선될 것이다.

 

 

 

 

축구에 대한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은 들인 비용에 비해 그다지 향상되지 않는 선수 기량 때문이다. 환경 탓하고 지원 타령하면서도 축구를 못하는 것이 문제이고, 그로 인해 인기가 없어 자본 유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축구 저변 확대, 인프라 투자 호소는 그만했으면 싶다. 국가에서는 할만큼 했고, 이제는 민간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뭐 탓하고 핑계 좀 그만 만들자. 차범근은 환경이 좋아서 그렇게 잘했나. 운동장 맨땅에 넘어져서 무릎 까지고 하던 20세기는 한참 지났고, 이제는 환경이 아니라 그냥 못해서 지는 것이다.

 

그만큼 해줘도 2002년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축구선수들, 행정가들 매스컴에 나왔다 하면 "해줘", "돈 더 써" 소리만 하는데 인풋 대비 아웃풋 결과물을 타 스포츠와 비교하여 좀 더 냉철하게 측정해야 한다.

 

개인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어 근성과 투혼으로 버티는 투박한 축구가 한계인 상황에서 고객의 니즈가 오로지 국가대표 성적뿐이라면, 다 집어치우고 히딩크처럼 합숙시켜서 족집게 과외받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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