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몸이 망가지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가족들이 부족한 것 없이 오손도손 사는 것이 곧 본인의 행복이었고 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다가갈수록 멀어져갔고, 분명 가장 가까이 있는데 동전 반대편처럼 서로를 볼 수 없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영화를 수없이 찍어왔지만, 모든 희노애락의 디테일이 담겨져있는 송강호의 연기를 대표하는 영화로는 의외로 묻혀있는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 (2007)'를 최고로 꼽고 싶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송강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분명 슬픈데 뭔가 웃기는 고유의 '웃픈' 연기는 이 영화에 농축액처럼 담겨져 있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관점에서 애달픈 감정을 유쾌한 웃음으로 잘 희석하여 그려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