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열린 드론축구대회를 관람했는데, 늘 경기는 치열했지만 선수와 관계자를 제외한 관중은 거의 없었다.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였고, 대중스포츠, 프로스포츠로의 도약은 요원해 보인다. 드론축구가 시작된 지 벌써 7년이 되었지만 왜 인기가 없는지, 4차산업에 관한 공적 지원이 없으면 왜 실체가 미약한지를 생각해 본다.
집중력을 상실한 관람성
한 게임에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두 게임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스포츠가 흥행하려면 무조건 "보는 재미"가 필요하다. 손에 땀을 쥐는 명경기를 보려는 관객이 많아져서 경기장을 채우고 TV 중계도 하며 매체의 주목을 받으면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지니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드론축구의 경기 시스템 자체는 출발부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 드론축구의 룰을 잘 아는 사람조차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는 정신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축구나 농구, 배구, 핸드볼 등 모든 단체 구기종목은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기본적으로 공(ball)을 따라 움직이면 된다. 반면에 드론축구는 이름과 달리 중립적인 '공'이 없으므로 드론을 봐야 하는데, 경기장에 10대의 드론을 모두 관찰하는 것도 벅찬 와중에,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과 수비가 이뤄진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점이다.
양 팀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스트라이커가 1명이다 보니, 왼쪽에서 공격과 수비, 오른쪽에서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벌어지며 하프라인을 기준으로 양쪽에서 각자의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공이 2개이고 양 진영에서 동시에 공수가 진행되면 어딜 봐야 할까. 방송 중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고, 같은 상영관에 들어가 서로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옆의 관중이 왜 환호를 하는지 모르고, 서로 공감할 수도 결코 같이 즐길 수도 없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메시의 화려한 드리블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반대편 진영의 네이마르의 환상적인 골을 놓치는 상황이 납득이 되는가. 이건 말이 안 되는 경기 규칙이다.
잘못된 게임 룰 설정
드론축구는 경기시간도 짧은 데다가 공격 템포도 매우 빨라서 관람자는 한쪽 진영을 보고 있으면 다른 쪽은 절대 보지 못한다. 번갈아 보더라도 무조건 두 진영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봐야 하며 나머지 한쪽의 상황은 무조건 놓치게 된다.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쉴 틈 없이 조종에 집중하는 경기 중에 수비수는 공격 상황을 전혀 모르고 골 스코어조차 모르며, 공격수 또한 수비가 잘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경기 중 선수간 소통도 어렵고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개인 조종술 대회지, 호흡을 맞춰 게임 전체를 운영하는 단체 스포츠라고 볼 수가 있을까.
축구, 농구의 포지션은 수십 년 동안 전략전술이 변화와 발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정립된 것인데, 드론축구는 선수의 역할까지 미리 다 정해놓고 제한하는 바람에 단체스포츠가 주는 묘미인 조직력과 창의력, 응용력까지 거의 다 막혀버렸다. 첫 단추부터 아예 잘못 꿰맨 것이다.
왜 굳이 이름이 드론 '축구' 인가
이런 문제는 드론을 기존 구기종목에 끼워 맞추려다 보니 발생했다고 본다. 특히 대중에게 친숙한 축구라는 이름을 걸었지만 중립적인 '공'이 없다 보니 양 진영에서 마구잡이 난잡한 게임이 되므로, 스트라이커만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드론을 이용한 고유의 종목이 되어야 하는데 기존 스포츠 시스템을 접목 및 이식하려는 시도와 그 작명부터 잘못되었다고 본다.
또, 그렇게 해서 인기가 없으면 경기 규칙의 설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자각해야 한다. 유서 깊은 스포츠인 배구도 15점 사이드아웃 규칙 때문에 게임이 하염없이 루즈해지니까 단순 25점 랠리포인트 체제로 과감히 바꿨는데, 하물며 신생 스포츠이자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기술의 총아임을 자랑하는 드론축구는 왜 변화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공이 없으면 시간을 주면 된다
'턴제 게임 (Turn-based Game)'
공이 있으면 공수전환이 자동으로 되는데, 공이 없다면 시간을 주면 된다. 턴제 게임처럼 번갈아가며 공격과 수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쪽에서 먼저 공격을 시작해서, 골을 넣으면 공수전환하고, 또 20초 안에 골을 넣지 못하면 공수전환을 자동으로 하게 하면 말끔히 해결된다.
한쪽 라인만 보면 되므로 직관성이 뛰어나서 관람객의 집중도는 급격히 올라가며, 5명 선수 모두가 유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창의적인 전략전술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다.
양 팀은 유불리나 기량, 장단점에 따라 축구, 농구처럼 다양하게 포메이션을 짤 수 있다. 누가 골을 넣을지 모르니 양 측면과 중앙을 종횡무진하며 빈틈을 파고들거나 속공, 시간차 등을 활용하고 그에 걸맞은 지역방어 대인방어 등의 기술도 다양하게 발전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드론축구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고, 내가 만약 막대한 자금력 또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위와 같이 전면 개정된 룰을 만들고 새로운 단체와 리그를 만드는 제안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지금의 드론축구는 재미없다
근본적 변화가 살 길이다
당장의 변화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렇게 발전해 온 다른 스포츠들처럼 고쳐나가면 되며, 그래야 분명 지금의 획일화되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임 규칙으로 인해 벌어지는 치명적인 흥행의 문제점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① 공이 2개가 되어버린 축구경기처럼 어딜 봐야 할지 모르는 관객의 혼돈을 일으켜 "보는 재미"가 없고,
② 양 스트라이커 2명을 위해 나머지 8명이 로봇처럼 그저 들러리를 서게 되어 "하는 재미"도 반감된다.
드론축구는 총체적 난국을 불러일으킨 시초의 근본적인 게임 룰 설정부터 개혁하고 타개해야 할 것이다. 드론을 이용한 축구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기함에 잠깐 주목받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원초적인 재미를 위한 각성과 개선이 없다면 보편화된 대중적 인기를 누리기는 어렵다.
그리고 현 드론축구대회들은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첨단산업 시연회 같은 이벤트에 가깝다도 느껴지며, 세계적 대회라도 상금은 많아야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유소년부터 시작해서 드론축구 선수는 늘어나고 있고, 프로급 숙련자의 기량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는데, 이들의 피나는 노력과 능력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보상도 없이 그저 홍보용 들러리로만 계속 세울 수는 없다.
e스포츠처럼 상금이 늘어나고 스폰서도 확대돼서, 프로팀과 리그가 생겨나고 드론축구 선수가 직업이 될 수 있는 보상이 주어져야 지속 발전이 가능하고, 그 파급력으로 관련 산업도 성장 및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흥행을 해야 하며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지금의 드론축구는 관람의 즐거움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가, 그 의문의 기로에 서 있다.
'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성을 대신할 고고도 무인기 HAPS - 에어버스 Zephyr (2) | 2024.11.27 |
---|---|
드론 자격증의 이상한 현실 (0) | 2023.11.13 |
2023 세계드론축구대회, 드론UAM박람회, 드론레이싱월드컵 (0) | 2023.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