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세기야 하인이 주인집 아들과 염문이 무성하자 다들 세상이 변했다며 저렇게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후 사브리나의 미국은 아직도 백마 탄 왕자님에 의한 신분 차이, 고부갈등과 막장스러운 뒷 공작이 주요 소재인 21세기 한국보다 개방적이고 리버럴하고 평등해 보였다. 오드리 헵번은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는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22살 아가씨를 너무 잘 연기 또는 상징했고, 연애에 무관심한 노총각 재벌도 녹여버리는 마력의 소유자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시조급에 있는 본작에서 그녀의 세기를 초월한 아름다움은 흑백 영상을 넘어 침투하며, 50년대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패션의 완성을 선보인다. 모든 드레스들이 화려했지만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험프리 보가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의 장면이다...